집합건물의 일부 소유자가 공용부분을 사용해 이익을 얻었을 경우 이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앞으로 상가의 복도나 계단 등 공용공간을 이용해 장사를 하거나 물건을 쌓아놓을 경우 돈을 물게 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주심 이기택 대법관)는 21일 청주의 A상가 관리단이 김모씨를 상대로 낸 건물인도 등 청구소송에서 원고 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청주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상가에서 실내 골프장을 운영하던 김씨는 건물 1층 복도와 로비에 퍼팅연습시설 등을 설치한 뒤 회원 외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는 것을 막았다. 관리단은 공용부분에 무단으로 시설물을 설치한 것이라며 김씨를 상대로 2억3900만원의 부당이득을 반환하라는 청구소송을 냈다.
1심과 2심은 김씨가 시설물을 치워야 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면서도 2심 재판부는 “공용부분은 임대하지 못하기 때문에 다른 소유자들에게 손해가 발생했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당이득반환청구는 인정하지 않았다.
과거 판례에 따르면 상가 공용부분의 경우 임대 대상에서 벗어나는 만큼 무단 사용해도 금전적 손해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부당이득에 대한 반환은 불가능했다.
대법원은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이날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무단 사용한 소유자는 법률상 원인이 없이 이익을 얻고 다른 소유자들은 전혀 사용할 수 없게 됐다”며 “민법 741조에 따른 부당이득 반환 요건에 충족한다”고 판단했다.
판례가 뒤집히면서 상가는 물론 아파트의 공용 부분을 이용해 이익을 본 사실이 증명되면, 이용자는 이를 피해자에게 배상하게 됐다.
대법원 관계자는 “아파트나 상가 등 공용부분에 쌓아둔 물건으로 행인 등이 피해를 봐도 그동안 묵인되는 사례가 있었다”며 “이번 판결 이후 무분별한 공용부분 무단사용 문제를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