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사태로 두 달 반 동안 연기됐던 중국 연례 최대 정치행사인 ‘양회’(兩會)가 21일 개막했다. 이번 양회는 코로나19 사태로 미국의 대중 압박이 갈수록 거세지는 가운데 열려 악화일로를 걷는 양국 갈등의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중국 공산당은 ‘코로나19와의 인민전쟁’ 승리를 선언하고 안팎으로 몰아치는 미국 공세에 대한 대응 방안을 집중 논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 중앙방송(CCTV) 등에 따르면 올해 양회 시작을 알리는 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는 21일 오후 3시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막을 선언했다. 앞서 1분간 참석자 전원이 코로나19 희생자에 대한 애도 묵념을 했다. 정협 개막식에서 일반 민중을 대상으로 묵념을 한 것은 2014년 윈난성 쿤밍 테러로 170여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사건 이후 처음이다.
왕양(汪洋) 정협 주석은 이날 업무보고에서 “시진핑(習近平) 주석 지도 아래 큰 성과를 거뒀고, 올해는 샤오캉(小康·모든 국민이 편안하고 풍족한 생활을 누림) 건설에 힘쓰자”고 강조했다. 장칭리(張慶黎) 부주석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시 주석과 중국 공산당 중앙의 지도 아래 피나는 노력으로 우한과 후베이 보위전은 중대한 전략적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했다.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는 22일 시작돼 28일 폐막한다. 리커창(李克强) 총리는 22일 오전 개막식 정부 업무보고를 통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을 예정이다. 대외적으로는 대미 항전과 양안(중국과 대만) 통일 의지를 재확인할 전망이다. 홍콩 국가보안법 제정도 직접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보안법을 홍콩 입법회가 처리하기는 불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이번 전인대 회기 중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두달 뒤 전인대 상무위원회에서 최종 입법절차를 거칠 것이라고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전했다. 이밖에 대미 기술전쟁 승리를 위해 무선통신과 인공지능(AI) 등 핵심 분야에 올해부터 2025년까지 10조위안(1727조원) 투자 계획도 통과시킨다는 계획이다.
미국은 ‘중국 때리기’ 강도를 높이며 양회에 찬물을 끼얹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0일(현지시간) 시 주석을 거론하며 ‘악랄한 독재정권’이라고 맹비난했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정재영 특파원 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