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지난 20일에 이어 21일에도 후원금 유용 등의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정의연)를 압수수색한 가운데 정의연은 이를 “일본군 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라고 분노했다.
정의연은 21일 검찰이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과 ‘평화의 우리집’을 잇따라 압수수색한 것과 관련해 이날 오후 입장문을 통해 “변호인들과 활동가들이 미처 대응할 수 없는 오전 시간에 길원옥 할머니께서 계시는 쉼터에 영장을 집행하러 온 검찰의 행위는 일본군위안부 운동과 피해자들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며 인권침해 행위”라고 비판했다.
서울서부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최지석)는 전날 오후 5시부터 이날 오전 5시30분까지 약 12시간 동안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정의연 사무실과 정대협 사무실 주소지인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을 압수수색했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4시까지 피해자 쉼터인 ‘평화의 우리집’을 압수수색했다.
‘평화의 우리집’은 2012년 정의연의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명성교회로부터 무상으로 임대받아 조성한 공간이다. 이곳에는 위안부 피해자 길원옥 할머니가 요양보호사들의 도움을 받아 혼자 살고 있다. 지난해 1월 타계한 고(故) 김복동 할머니도 생전엔 이곳에 거주했다. 더불어민주당 양미향 당선인의 주소가 이곳으로 돼있어 위장전입 논란도 일었으나 정의연 측은 “주민등록상 고(故) 김복동 할머니와 길원옥 할머니 두 분 주소만 쉼터로 돼 있어 할머니들의 사망 신고를 해야 할 경우에 대비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의연은 “길원옥 할머니께서 생활하시는 마포 쉼터에 있는 자료는 임의제출하기로 변호인들이 검찰과 합의했다”며 “이는 할머니의 명예와 존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기존의 합의를 깨고 검찰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는 주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당초 평화의 우리집은 영장 집행 대상이 아니었으나, 일부 관련 자료가 이곳에 보관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돼 추가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았다”며 “점심시간 즈음 수사관이 현장에 도착해 변호인 측과 집행 절차·방법을 논의했고 오후 2시30분쯤 영장을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의연은 잇다른 논란에 공익법인 전문 회계기관을 통해 검증받고자 했지만, 공익회계사회는 검찰의 수사가 들어간 점 등을 들어 기존 관행대로 정의연의 요청을 거절하기로 결론내렸다.
이에 정의연은 “외부 감사 절차를 추진 중이었으나, 검찰의 무리한 압수수색으로 외부감사가 불가능하게 됐다”며 “회계 등에 대한 언론 질의에는 관련 자료들이 압수되었고 수사 중인 상황으로 답변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