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고(故) 구하라씨 폭행·협박 등의 혐의를 받는 전 남자친구 최종범(29)씨가 재판에서 죄를 인정하고 반성한다 했지만 고인과 유족에게는 제대로 된 사과를 하지 않았다는 주장이 나왔다. 구씨 유족은 최씨가 재판 중 지인들을 불러 파티까지 해 구씨가 많이 힘들어했다고도 전했다.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항소1-1부(부장판사 김재영 송혜영 조중래) 심리로 21일 열린 최씨의 상해 협박 등에 관한 항소심에 유족인 구하라씨의 오빠와 노종언 변호사가 함께 참석했다. 최씨는 지난해 8월 1심에서 상해·협박·강요 등의 혐의로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았다. 불법촬영 혐의는 무죄였다.
이날 재판에서 최씨는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부분에 대해 죄를 인정한다고 밝혔다. 그는 최후 진술에서 “2년 동안 많은 것을 느끼고 반성했다”며 “이유를 불문하고 이 사건과 관련된 모든 분들에게 죄송하고 옳고 그른 것을 판결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구하라씨의 오빠는 최씨가 고인이나 유족에 대한 사과는 없었다고 주장했다. 구씨의 오빠는 이날 “저는 남성이지만 여성입장에서는 평생 씻지 못한 트라우마가 됐을 것”이라며 “(동생이)유명 연예인이다 보니 민감한 상황 속에 (최씨에게)협박을 받아 많이 힘들었다”고 증언했다.
그는 “(당시)동생과 1심 판결문을 같이 읽었다”며 “(1심 판결문에)최씨가 초범이고 반성했다는데, 최씨가 지인들을 불러서 파티를 당당하게 해 동생이 많이 분노했다. 반성하는 모습이라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구씨 측 변호인은 최씨가 반성한다는 이유로 집행유예를 선고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노 변호사는 “최종범은 네 시간에 걸쳐 네 번이나 고인에게 동영상을 갖고 협박했다”며 “반드시 실형을 선고해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또한 최씨가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은 부분에서 죄를 인정한 것은 감형을 위해서라고도 지적했다. 변호인은 “불법촬영을 빼고 1심에서 유죄를 인정한 것은 양형상 불이익을 피하기 위한 것”이라며 “고인은 영상뿐만 아니라 사진도 삭제하고 싶었지만 사귀는 사이이기 때문에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것을 재판부에 분명히 밝혔다. 동영상을 가지고 협박한 부분은 일반 협박과는 다르다. 이 부분에 대해서 재판부가 준엄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씨가 영상과 사진을 보고도 삭제하지 않았다”는 최씨 측 주장에 반박한 것이다.
검찰은 불법촬영 부분도 유죄라고 주장하며 1심과 같은 실형 징역 3년을 구형해달라고 밝혔다.
최씨는 2018년 연인이었던 구하라를 폭행, 협박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협박, 강요, 상해, 재물손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총 5개 혐의를 받았다. 최씨의 항소심 선고 공판은 오는 7월 2일 진행될 예정이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