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 유행하고 있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비말(飛沫), 즉 침방울로 감염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사람들은 손 소독이나 마스크 착용 등으로 예방하고 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와 비슷한 방식으로 전파되는 바이러스성 감염 질환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
대표적인 질환은 간염(바이러스간염)이다. 간염은 바이러스 감염으로 간에 염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국가적인 홍보와 예방으로 많이 알려진 A형과 B형 간염을 비롯해 C형, D형, E형, F형, G형 간염 등 종류가 다양하다. 이 중 A·B·C형 간염은 ‘간염 3대장’으로 불리며 해마다 수억명을 감염시키고 있다.
A형 간염은 A형 간염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는 급성간염으로, 한국인 전체 급성간염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바이러스에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서 전염된다. 이 때문에 개인위생관리가 좋지 못한 저개발 국가에서 많이 발병되지만 최근에는 위생적인 환경에서도 발병하는 양상을 보인다. 한국도 2016년 4679명, 2017년 4419명, 2018년 2437명에 불과했던 A형 간염 환자가 지난해에 1만7635명으로 급증한 바 있다.
A형 간염은 30일 정도의 잠복기를 거친 후 피로감이나 메스꺼움, 구토, 식욕부진, 발열, 우측 상복부의 통증 등 일차적인 증상을 보인다. 1주일 이내에 특징적인 황달 징후가 나타나는데 콜라 색의 소변, 탈색된 대변, 전신 가려움증 등이 이에 해당한다.
A형 간염 치료제는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대신 백신이 있다. 보통 한 번 접종한 이후에 백신의 종류에 따라 6~18개월 후 추가접종을 함으로써 95% 이상의 간염 예방 효과를 얻을 수 있다. 2세 이상의 어린이뿐만 아니라 아직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은 성인에게도 효과가 있으니 예방접종을 하는 것이 좋다.
B형 간염은 국내 간염 중 가장 높은 비율(인구의 3∼4% 추정)을 차지한다. 급성과 만성 B형 간염으로 분류되며, 6개월 이상 지속하는 경우 만성 B형 간염이라고 부른다. 어려서 걸릴수록 만성이 될 확률이 높다. B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혈액 등 체액에 의해 감염된다. 아기가 태어날 때 B형 간염이 있는 어머니로부터 전염(수직감염)될 수 있다. 성적인 접촉이나 수혈, 오염된 주사기의 재사용 등에 의해서도 감염된다. B형 간염 환자와 면도기, 칫솔 등을 함께 사용하는 경우에도 위험하다. B형 간염은 만성으로 진행되면 간경변이나 간암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C형 간염은 혈액 등 체액으로 전염된다. 다만 헌혈 시 C형 간염 바이러스 검사가 의무적으로 진행돼 수혈을 통한 감염은 드물다. 최근에는 주사기, 면도기, 손톱깎이 등 혈액이 닿을 수 있는 도구를 공동 사용하거나 문신, 피어싱 등을 시술하는 과정에서 대부분 감염된다. 어머니에서 신생아로 전염될 수 있지만 확률은 드물다.
백신은 없지만 모든 C형 간염 바이러스를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최근 개발됐다. 약을 일정기간(8~12주·하루 한 번) 꾸준히 먹으면 병은 완치할 수 있다. 의료보험 혜택도 당연히 받을 수 있다.
경희대병원 소화기내과 심재준 교수는 “C형 간염은 국내 간암의 두 번째로 흔한 원인이며, 만성간질환 사망자 10명 중 한 명이 C형 간염과 관련돼 있다”며 “국내 C형 간염 환자는 약 30만명으로 추정되나 이 중 실제 치료를 받은 환자는 약 20%, 4만5000~7만명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40세 이상 연령대에서 국가적인 C형 간염 선별검사를 시행한다면 조기에 퇴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