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얘기가 아니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피로사회’의 첫 구절이다. 현대사회에 나타난 소진증후군(번아웃)·우울증·주의력결핍과잉행동장애(ADHD) 등 신경성 질환을 말한다.
현대사회 질병의 공통점은 ‘침식’이다. 정신적 착취가 자발적으로 진행되다보니 병에 걸렸는데도 깨닫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린다. 깨닫고 나면 이미 중증 상태다. 흔히 “문제를 해결하는 첫 단계는 문제가 있음을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현대사회의 신경성 질환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는 정말 늦었을 뿐’이다.
시대마다 고유한 주요 질병이 있듯, 생애주기마다 대다수 한국인이 겪는 스트레스가 있다. 청소년기에는 초등학교부터 시작되는 입시 경쟁과 학교 폭력에 시달린다. 우여곡절 끝에 정규 교육과정을 마치고 성년기로 발을 내딛지만, 낮은 취업률과 상사의 갑질에 맞닥뜨린다. 학업에 치이다 보니 뒤늦게 자아 성찰이 시작돼 휴직·이직·퇴사를 고민하는 ‘직춘기(직장인 사춘기)’를 맞이하기도 한다.
직업이 안정되면 ’결혼 걱정’이 기다린다. 예단·예물, 고부·장서 갈등 등 과정이 우선 순탄치 않다. 비혼을 택해도 곱지 않은 사회적 시선에 스트레스는 마찬가지다. 육아는 전쟁이다. 중장년기엔 점점 높아만 지는 집값, 짧아지는 정년에 잠 못 이룬다. 노후 준비는 막막하기만 하다. 생애주기와 관계없이 외로움, 자살 충동이 찾아온다.
스트레스가 심화하면 질병이 된다. 스트레스 요인을 미리 알아채야 ‘마음 상처’에 대비할 수 있다.
세계일보는 24일부터 온 국민이 겪는 스트레스와 이로 인한 폐해를 생애주기별로 살펴보고 해결책을 제시하는 연중시리즈를 시작한다. 이른바 ‘피로사회 2020 리포트’다.
한 교수는 “또 다른 피로로 현재의 피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신이 느끼는 피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피로 자체를 성찰하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성찰은 또 다른 피로를 부른다. 그러나 지금의 피로가 어디서 비롯됐는지 돌아보는 시간을 거치면 성공을 위해 자신을 채찍질하는 과잉활동을 억제할 수 있다. ‘피로사회 2020 리포트’가 그 성찰의 출발점을 마련하고자 한다.
이동수 기자 ds@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