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민주당 대선후보로 사실상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최대 지지기반인 흑인과 관련한 ‘설화’로 사과까지 했지만 후폭풍이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재선 캠프는 바이든 전 부통령의 ‘골칫덩어리’ 차남 헌터 바이든에 이어 이번 설화를 선거전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미 정치전문매체 더힐에 따르면 트럼프 재선캠프 측은 100만달러(약 12억원)를 들여 바이든 전 부통령의 ‘흑인 실언’을 부각하는 디지털 광고를 내보내기로 했다. 바이든이 상원의원이던 1994년 형사범죄에 대한 강경 대응 법안에 찬성한 사실도 부각할 계획이다. 당시 해당 법안 통과 후 유색인종이 대거 체포됐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전날 흑인 진행자 샬라메인 더 가드가 진행하는 라디오쇼 ‘더 브렉퍼스트 클럽’에서 오는 11월 미 대선과 관련해 “나를 지지할지, 트럼프를 지지할지를 생각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흑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흑인이라면 당연히 자신을 지지해야 한다는 취지였는데, 인종차별적 발언이라는 지적이 쏟아졌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논란이 커지자 미 흑인상공회의소와의 전화통화에서 “그렇게 무신경하지 않았어야 한다”고 에둘러 사과했다. 그는 “나는 흑인 표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그 누구도 인종이나 종교, 배경에 기반해 특정 당에 투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캠프 고위 참모인 시몬 샌더스는 트위터를 통해 이번 언급은 농담이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트럼프 캠프는 이미 ‘#당신은 흑인이 아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진 티셔츠를 30달러에 팔고 있다. 2016년 대선 당시 흑인층에서 8%의 지지밖에 얻지 못한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바이든의 이번 실언을 호재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