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리사욕을 채워서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로 나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92) 할머니가 25일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하며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에게 이렇게 ‘일갈’했다. 윤 당선인은 이날 기자회견장에 참석할 것을 이 할머니로부터 요구받은 것으로 알려졌으나 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검찰에 고소·고발이 이뤄진 윤 당선인 관련 각종 의혹에 대해 ‘금시초문’이란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 “검찰이 수사를 통해 밝혀야 할 일”이란 입장을 보였다. 검찰 수사 개시 이후 윤 당선인과 정의연 측에서 의혹을 반박하는 각종 입장을 내놓은 것에 대해선 “이 사람들이 죄를 모르고 아직도 큰소리치고 있다”고 따끔한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이후에 두 번 다시 이런 일이 없도록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강력한 형사처벌을 주문했다.
이에 따라 윤 당선인의 ‘거취’에 시선이 쏠린다. 윤 당선인은 이날 예상대로 기자회견에 참석하지 않았다. 이 할머니가 내놓을 발언 수위를 대충 짐작하고 서로 마주치는 불편한 상황을 피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일각에선 윤 당선인이 오는 31일 21대 국회 개원 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길을 택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는다. 1시간가량 전국에 생중계된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국민들 사이에서 ‘할머니를 이용해 사리사욕을 챙겨왔다니’ 하는 공분의 목소리가 일고 있기 때문이다. 실시간 시청률 조사회사 ATAM에 따르면 이 할머니 기자회견 생방송 시청률은 무려 10.69%에 달했다.
당장 민주당 일각에서도 ‘윤 당선인 본인이 거취를 결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배신감을 토로하는 의견과 ‘대체 옛 더불어시민당 비례대표 의원 후보 공천을 어떻게 했길래’ 하는 비판도 감지되는 분위기다.
다만 그동안 이 문제에 극도로 목소리를 아껴 온 민주당 지도부가 입장을 정리하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릴 것이란 관측도 있다. “사실관계 규명이 우선”이란 입장을 줄곧 밝혀왔는데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만으로 사실관계가 완전히 확정됐다고 판단하는 것은 민주당 지도부 입장에선 어려울 일이란 점 때문이다.
가뜩이나 총선 후 양정숙 비례대표 국회의원 당선인의 재산 관련 의혹,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 등으로 당이 위기에 내몰린 상황에서 윤 당선인마저 사퇴한다면 ‘177석 거대 여당’의 위세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21대 국회 개원과 동시에 야당의 공세에 끌려다닐 수 있다는 절박함도 만만치 않은 게 현실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