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불길이 세계 곳곳에서 다시 번지는 조짐이다. 새로운 진원지로 떠오른 중남미에서 매일 3만∼4만명씩 확진자가 급증하며 최고치를 경신하자 미국은 브라질발 입국 금지령을 내리기로 했다.
독일에서는 한 종교시설에서 100여명이 집단 감염됐고, 이탈리아는 봉쇄령 완화 후 확진자가 급증하자 다시 야간 통행 및 술집 영업 금지 등 ‘역 완화’ 조처에 나섰다.
24일(현지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 집계에 따르면 중남미 30여개국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는 71만명가량이다. 총 사망자는 4만명에 육박한다. 상황이 가장 심각한 브라질(확진 34만9113명, 사망 2만2165명)은 러시아를 제치고 미국에 이어 전 세계 확진자 수 2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그러나 자이르 보우소나루 브라질 대통령은 이날도 수도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지지자 집회에 참석해 의회와 사법부 비난에 동조했다. 마스크를 벗고 지지자들과 악수와 포옹을 한 것은 물론 유모차에 탄 아기를 들어 무릎에 앉히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무시했다.
한 숨 돌리는 듯했던 유럽에서도 긴장이 다시 고조되고 있다. 독일은 지난 3월 중순부터 금지됐던 교회 예배가 이달부터 주별 방침에 따라 가능해지자마자 무더기 감염이 발생했다. 이날 현지언론에 따르면 헤센주 프랑크푸르트의 한 침례교회에서 107명의 신도가 코로나19에 감염됐다. 헤센주 당국은 지난 10일 예배에서 감염이 확산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해당 예배에 참석한 신도들의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 독일에서는 최근 도축장과 난민 시설, 요양원 등에서도 집단감염 사례가 이어졌다.
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는 봉쇄 완화 후 확진자가 다시 급증하자 서둘러 보완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루 신규 확진자가 23일 669명, 24일 531명을 기록한 탓이다. 이에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는 주말·휴일인 23∼24일 이틀간 시내 중심가인 아르날도 광장에 대해 오후 9시30분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야간 통행 금지 조처를 도입했다. 해당 시간 시민의 이동은 물론 음식점·술집 등의 영업도 전면 금지됐다.
브레시아 시당국의 조처는 지역 차원의 첫 역 완화 조처로 주목받고 있다. 북부 에밀리아-로마냐주의 휴양 도시 리미니에서도 안전 거리를 지키지 않는 모임에 대한 불시 단속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야간 방역 지침 위반 행위 단속을 강화하고, 적발 시 최대 3000유로(약 400만원)의 벌금을 물릴 방침이다.
정지혜 기자 wisdo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