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항공, 이스타 대주주 이상직 민주당 당선자에 ‘사재 출연’ 압박

코로나19발 항공 불황에 4월 예정된 합병 지지부진
계약 해지로 수백명 일자리 잃어…피해는 노동자 몫
19일 인천국제공항 주기장에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여객기들이 보이고 있다. 인천=뉴시스

 

제주항공의 이스타항공 인수 작업이 지지부진하게 시간을 계속 끌면서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성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경영 악화에 따라 인수합병(M&A) 시장에 매물로 나온 이스타항공은 지난 3월 2일 제주항공에 인수됐다. 이날 제주항공은 이사회를 열어 이스타항공의 모회사인 이스타홀딩스 지분 51.17%를 545억원에 매입하는 안을 가결했다.

 

승객수 기준 국제선 시장점유율 3위와 7위 업체가 합병하며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이은 3위 업체가 탄생했다. 2위 아시아나항공과 격차는 2.7%포인트로 줄었고, 3위 진에어와는 7.0%포인트로 늘었난 ‘거대 저가항공사(LCC)’의 탄생이었다.

 

그러나 급격히 악화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과 이로 인한 항공 업계 불황 및 각국의 하늘길 봉쇄는 두 회사를 모두 벼랑끝으로 내몰았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은 특히 한일노선에서 많은 흑자를 보고 있어 타격이 더 컸다.

 

이스타항공은 1분기 영업손실 359억원을 기록해 자본잠식상태에 빠졌다. 비행을 할수록 적자가 늘어나는 상황이어서 국내선과 국제선 모두 운행 정지(셧다운)됐다. 급여 지급도 중지돼 직원들은 택배와 대리운전 등에 종사하며 생계를 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국제선 일부 노선 등이 운항 재개에 들어갔으나 이스타항공에게는 어려운 일이다.

 

제주항공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1분기 영업손실은 657억원을 기록했고, 위기 타개를 위해 1700억원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양해각서 체결 때 예정됐던 인수 시한은 올 4월 말이지만 기약없이 늦춰지고 있다. 고용승계 약속을 지키는 것도 불가능해져 지난 3월 제주항공은 구조조정을 추진했다. 이스타항공은 계약해지와 희망퇴직을 실시했고, 노사가 임금 35% 삭감을 합의했으며, 계약이 3~4년 남은 리스 항공기도 반납했다.

 

이에 따라 이스타항공 계약직 186명과, 이사트항공이 100% 출자한 지상조합자 이스타포트의 계약직 노동자 수백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그런데 제주항공이 임금 체불 문제에 대한 새로운 해법을 요구하며 인수합병 논의에 더 큰 변수로 등극했다.

 

제주항공은 주식 매매계약 조건 변경을 요구하며 “이스타항공 대주주가 200억원규모 사재를 출연하라”고 요구해 압박에 나섰다. 이스타항공은 “계약상 체불임금으느 인수자 부담”이라며 응하지 않을 뜻을 밝혔다.

 

제주항공이 겨냥한 ‘이스타항공 대주주’는 이상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당선자(전북 전주을)다. 이 당선자의 아들과 딸은 이스타항공 최대주주 이스타홀딩스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매각 대감 545억원은 이 당선자 일가의 몫이 된다.

 

오너 사재 출연으로 체불 임금을 해결하려는 제주항공과, 인수 작업 마무리로 출구전략을 모색 중인 이스타항공 사이에 노동자만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두 회사의 줄다리기는 정부 지원금을 요구하는 신호라는 시각도 있다.

 

김명일 온라인 뉴스 기자 terr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