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들 돼지(저금통) 털어서 나온 그 돈도 받아 가지고 챙겼습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지난 25일 기자회견에서 정의기억연대(정의연)와 그 전신인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모금활동에 피해자 할머니들을 이용했다고 거듭 주장했다.
이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며 정의연의 해명이 떠올랐다. 지난 11일 정의연은 이 할머니가 7일 첫 기자회견에서 수요집회 성금 문제를 지적하자 “지난해 수요집회 모금액이 450만여원이었고, 전액 수요집회에 사용된다. 연간 수요집회 예산만 1억원을 넘는다”고 해명했다. 수요집회에 드는 돈은 많고, 걷히는 돈은 얼마 되지 않으니 문제가 없다는 것처럼 들렸다.
정의연이 밝힌 450만원은 현장에 설치된 모금함에 들어온 돈을 의미한다. 앞서 말한 966만원은 모두 수요집회 현장에서 기부됐지만, 수요집회 모금액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739만원은 ‘일본군성노예제 피해자와 손잡는 20만 동행인’ 후원금(비지정기부)으로, 227만원은 나비기금(지정기부)으로 들어갔다. 기부자가 기부처를 지정하는 지정기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비지정기부금까지 수요집회 모금액에서 제외하는 것이 적합한지 의문이다. 정의연이 비판을 피해가기 위해 수요집회 모금액을 적게 보이도록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그 밖에도 정의연 활동보고 등에 정확한 액수가 나와 있지 않은 인천 남동초 ‘위안부 알리기 배지’ 판매 수익금(1392차)과 한국노총경기지역본부·전국금융산업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1391차)의 후원금, 경기 양평중 축제 캠페인 수익금(1368차) 역시 수요집회 모금액에는 포함되지 않았다.
결국 정의연이 밝힌 수요집회 모금액은 단체 기부금 등을 제외한 그야말로 ‘학생들 돼지 털어서 나온 돈’뿐이다. 그마저도 할머니들에게 쓰이진 않았다. 739만원이 기부됐던 수요집회 현장에는 피해자 할머니 두 분도 계셨다. 고령에도 힘들게 수요집회에 참여해온 할머니들 입장에선 지난해 수요집회 모금액이 450만원뿐이라는 말이 의아하게 들리지 않았을까. 이러던 중에 경기 광주 나눔의집에 계시던 할머니 한 분이 돌아가셨다고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유지혜 기자 kee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