맷 윌리엄스 KIA 감독은 체력관리를 위해 원정경기에 나서면 음악을 들으며 관중석 계단을 달린다. 그런데 요즘 그 발걸음이 매우 가볍다. 에이스 양현종(32)을 필두로 5명의 선발진이 호투 행진을 이어가면서 ‘계산이 서는 야구’가 가능해졌기 때문이다. 선발이 일찍 무너지면 감독의 머릿속은 투수운용으로 복잡해질 수밖에 없지만 요즘 윌리엄스 감독의 머리는 맑기만 하다.
윌리엄스 감독의 입가에 미소가 번질 만큼 최근 KIA 선발진은 탄탄하기 이를 데 없다. 지난 26일까지 최근 7경기에서 선발투수가 모두 퀄리티스타트(QS·6이닝 이상 3자책 이하)를 펼쳤고 이 기간 6승1패의 무서운 상승세를 탔다. 그 1패도 연장접전 끝에 아쉬운 패배였을 정도다.
지난해 KIA 부진의 큰 원인이 선발진의 붕괴였다. 양현종 홀로 16승을 챙겼을 뿐 2명의 외국인 투수 포함 두 자릿수 승리를 챙긴 선수가 한 명도 없을 정도였다. 2019년 KIA 선발진의 평균자책점은 4.76으로 전체 7위였고, QS 역시 59회로 7위일 만큼 발톱 빠진 호랑이였다.
그런데 2020시즌 KIA 선발진은 환골탈태했다. 당장 팀 평균자책점이 3.31로 NC(2.65)에 이어 전체 2위다. 팀이 거둔 11승 중 선발승만 9승이나 되고 QS도 벌써 10번이나 나왔다. 양현종이 굳건하게 중심을 잡아주고 있는 가운데 애런 브룩스-이민우-드류 가뇽-임기영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은 7연속 QS 기간 평균자책점 1.35를 기록할 만큼 기세가 무섭다. 이는 헨리 소사-앤서니 르루-윤석민-서재응-김진우가 나서서 10연속 QS를 기록하는 등 KIA 최강 선발진으로 꼽혔던 2012년을 떠오르게 할 정도다.
송용준 기자 eidy015@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