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26일(현지시간) 우리 정부가 남북 접촉 절차 간소화 방안을 입법 예고한 데 대해 남북협력은 반드시 북한의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잇따른 정부의 남북협력 움직임에 대해 남북협력을 지지한다면서도 ‘과속’을 경계하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으로 해석된다.
미 국무부 대변인실은 이날 대북 접촉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대북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에 대한 ‘미국의소리’(VOA)방송 질의에 “미국은 남북협력을 지지하고, 남북협력이 반드시 비핵화의 진전과 보조를 맞춰 진행되도록 동맹인 한국과 조율한다”고 밝혔다.
미 국무부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협력 요구, 5·24 대북제재 조치 실효성 상실 발표, 북한 선박의 한국 해역 통과 가능성 등 최근 정부가 내놓은 독자적인 남북 경제협력 방안에 대해 줄곧 같은 입장을 재확인해왔다.
미 정부가 현직 정부 관계자가 아닌 임 전 실장의 발언에 대해 공식 논평을 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임 전 실장은 현재 아랍에미리트(UAE) 외교특별보좌관 직함을 달고 있지만, 민간인이나 다름 없다.
미 국무부는 ‘5·24 대북 제재 조치가 사실상 실효성을 잃었다’는 정부 발표에도 거의 같은 반응을 내놨다. 앞서 이명박 정부는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이 일어나자 북한에 책임을 묻기 위해 그해 5월 24일 남북 교류와 협력을 전면 제한하는 조치를 취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27일, 2018년 판문점에서 열린 1차 남북정상회담 2주년에 대한 논평 요청에도 남북협력을 지지하지만 비핵화 진전과 보조를 맞춰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처럼 남북협력과 관련된 거의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북한 비핵화보다 앞서지는 말라고 선을 긋고 있어 남북협력 속도를 놓고 한·미 간 긴장이 다시 고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