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경지 한강하구 찾은 통일장관… 연일 남북협력 ‘군불 때기’

정부, 교류사업 재추진 속도 / 김연철 장관, 김포 일대 방문 / 중단된 공동이용 사업 점검 / 남북교류협력법 개정도 추진 / 대북 접촉 신고 절차 간소화 / 온라인 공청회 열어 의견 수렴 / 北은 유화 손짓에도 ‘시큰둥’ / “실익 크지 않다고 판단한 듯”

정부가 한동안 중단됐던 남북교류사업을 본격 재추진하기 위해 연일 군불을 때고 있다. 통일부 장차관이 잇달아 접경지역을 방문하는가 하면 대북 접촉 절차를 간소화하도록 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일각에선 ‘과속’이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남북교류협력에 총대를 멘 김연철 통일부 장관은 27일 경기 김포 일대 한강 하구를 방문해 남북 간 합의 이행 상황 등을 점검했다. 사실상 중단된 남북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을 다시 움직여 보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강하구는 남북 민간선박의 항행이 보장되는 일종의 중립수역이지만, 남북 간 군사적 대치 상황이 왕래를 차단해왔다. 그러다 2018년 ‘9·19 군사합의’에 따라 남북은 분단 이후 처음으로 공동 이용을 위한 기초적인 물길 조사를 실시해 가능성을 타진했다. 기대가 컸지만 남북관계가 교착국면에 접어들면서 진전은 보지 못했다.

 

김연철 통일부 장관이 22일 오전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 위원장과 면담하기 위해 위원장실로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는 이날 남북 간 교류협력에 관한 원칙과 절차를 규정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남북교류협력법)’을 개정하기 위해 온라인 공청회도 개최했다.

 

서호 통일부 차관은 공청회 인사말씀을 통해 “30년 전 (남북교류협력법) 제정 당시에는 상상하지 못할 만큼 많은 (남북 간) 교류와 협력 사업이 추진됐고, 남북정상회담도 5차례나 개최됐다”며 “새로운 법 개정을 통해 평화와 번영의 남북관계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개정안은 북한 주민 접촉 신고시 수리 제도를 폐지하고 신고제로 개선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허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남북교류협력에 한층 전향적인 내용을 담았다.

북·미 관계 교착과는 별개로 우리 정부가 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남북교류협력을 추진하겠다는 의지도 드러내고 있다. 준비했던 사업을 코로나19 확산으로 미뤄뒀다가 최근 다시 속도를 내면서 남북관계 개선의 추진동력을 만들려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 특별연설에서 남북협력사업과 관련한 질문에 “이제는 북·미 대화만 바라보지 말고 남북 간에 있어서도 할 수 있는 일들은 찾아내서 해 나가자는 것”이라고 강조하며 신종 감염병에 대한 방역협력을 거론했다.

현장 점검하는 金 장관 김연철 통일부 장관(왼쪽 네 번째)이 27일 남북 한강하구 공동이용 사업을 재추진하기 위해 김포시 한강하구 일대를 방문해 현장을 점검하고 있다. 통일부 제공

이밖에도 정부는 동해북부선 연결, 비무장지대(DMZ)의 국제평화지대화 등 다양한 아이템을 추진하고 있다. DMZ 국제평화지대화 추진의 일환으로 전날 서 차관은 DMZ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위해 문화재청 조사단과 함께 대성동 마을을 방문하기도 했다.

27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통일부가 주관한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과 관련한 온라인 공청회가 열리고 있다. 통일부는 전날 남북교류협력을 위한 북한 주민 접촉시 수리 제도를 폐지해 신고제로 변경하는 등 절차를 간소화하고, 지방자치단체를 남북 간 협력사업 주체로 명시하는 내용 등이 담긴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 초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북한을 향한 유화 메시지도 연일 이어진다. 지난 20일 여상기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5·24 대북제재조치와 관련해 “사실상 그 실효성이 상당부분 상실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정부는 5·24조치가 남북 간 교류협력을 추진하는 데 있어서 더 이상 장애가 되지 않는다고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2010년 북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응으로 남북교역 중단 등의 내용을 담은 5·24조치를 시행했고, 북한 매체 등은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 이를 해제해야 한다며 반발해왔다. 북한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인정이나 사과를 하지 않았음에도 정부가 ‘실효성 상실’을 언급하며 남북관계 개선에 의욕을 보인 셈이다.

 

하지만 일련의 정부 조치에도 북한은 여전히 시큰둥한 표정이다.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관련한 문제 해결이 우선이다보니 정부의 남북협력 제안에 실익이 크지 않다고 본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장기화된 대북제재와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경제난 등이 심화될 경우 이를 타개하기 위해 손을 내밀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백소용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