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문제 해결이라는 시대적 사명 앞에 한마음이었던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당선인과 최초 폭로한 이용수 할머니가 엇갈린 길을 걷게 된 건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때부터 피해자인 위안부 할머니들과 정대협 활동가들 사이의 갈등이 단초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여성학자 김정란씨 박사학위 논문인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전개와 문제인식에 대한 연구’에 따르면 정대협을 통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점 등에서 정대협의 초창기 활동이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아시아여성기금 논란’을 계기로 생존자와 활동가, 생존자와 생존자 간 갈등이 표면화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논문에서 “국민기금이 ‘더러운 돈’이고, 그런 돈을 받는 사람은 비난받을 대상으로 여겨졌다”는 점을 지적했다. 즉 존중되어야 할 피해 할머니들의 선택을 정대협이 부정하면서 갈등의 씨앗이 뿌려졌다는 진단이다.
피해 할머니들과 정대협 간 이견이 두드러진 대표 사안이 기금 문제다. 일본은 1993년 위안부 강제연행을 인정하고 사죄와 반성을 표명한 고노담화 후속조치로 1995년 민간 모금 형식으로 기금을 조성해 피해자들에게 지급하려 했다. 최초 할머니 7명이 이 기금을 받은 사실이 알려지자 정대협이 발끈하고 나섰다. 정대협은 이 기금이 법적 배상을 피하기 위한 꼼수일 뿐이라고 지적하고 할머니들에 대해서도 섭섭함을 드러냈다. 결국 기금은 시민단체 비판 끝에 2007년 사라졌다.
정대협에서 일한 적 있다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피해자 할머니들과 지원단체인 정대협 위치가 전도돼 정대협 논리에 피해자들이 끌려가는 식이 됐다”며 “이 같은 문제들이 쌓여 현재 논란이 폭발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어 “규모 있는 시민단체들은 피해자 지원 등 본연의 활동에서 벗어나 권력지향적인 경향이 많아졌다”고 비판했다.
김건호 기자 scoop3126@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