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스 본능’ 장착한 주니오, 명실상부한 ‘울산 해결사’

‘골무원’ 별명… 두번 연속 라운드 MVP 선정 / 꾸준한 득점력… 폭발력까지 가미 / 리그 대표적 스트라이커 자리매김 / 최근 3경기서 2번의 멀티골 폭발 / 시즌 초반 득점 단독 선두로 나서 / 과감한 플레이… 팀 공격 이끌어 / 우승·득점왕 ‘두토끼’ 잡을지 관심

브라질 출신의 주니오(34·울산 현대)는 2017년 대구FC 소속으로 프로축구 K리그에 입성한 뒤 리그를 대표하는 스트라이커로 자리매김했다. 2017시즌 부상으로 반 시즌만 뛰었지만 16경기 12골을 기록한 뒤 2018시즌 울산으로 팀을 옮겨 22골, 2019시즌 19골을 넣는 등 최정상급 득점력을 보여준 덕분이다. 다만, 많은 득점에도 단 한 번도 소속팀의 에이스로 팬들에게 인식된 적이 없었다. 2017시즌 대구에서는 세징야(31), 2018시즌 울산에서는 믹스(30·맨체스터시티)가 팀의 에이스로 각광받았고, 지난 시즌에도 최우수선수(MVP)에 오른 김보경(31·전북 현대)이 스포트라이트를 독점했다.

울산 현대 스트라이커 주니오(가운데)가 지난 17일 수원 삼성과의 2020 K리그 2라운드 경기에서 득점한 뒤 팀 동료들에게 둘러싸여 환호하고 있다. 한국프로축구연맹 제공

이랬던 주니오가 올 시즌 달라졌다. 2020시즌 첫 3경기에서 2번의 멀티골을 뽑아내는 등 전 경기 득점포를 가동하며 5골로 리그 득점 단독 선두로 치고 나간 것. 골의 내용도 알차다. 9일 상주 상무와의 개막전에서 멀티골로 팀의 4-0 대승을 이끌었고, 17일 수원 삼성과의 2라운드에서는 0-2로 뒤지던 후반 8분 만회골을 넣은 데 이어 2-2로 팽팽한 후반 43분에는 멋진 프리킥으로 역전 결승골까지 터뜨렸다. 이렇게 그는 두 번 연속 라운드 MVP로 선정됐다. 여기에 24일 부산과의 3라운드에서도 0-1로 뒤지던 후반 페널티킥으로 동점골을 만들어냈다.

꾸준함에 폭발력까지 가미된 것이 득점 선두 질주의 원동력이 됐다. 그동안 K리그 팬들에게 주니오는 대표적 ‘골무원’으로 꼽혔다. 2∼3경기에 한 번 꼴로 꼬박꼬박 득점을 해주는 선수라는 뜻이다. 대신 멀티골은 드물었고, 승리를 결정짓는 한방도 자주 나오지는 않았다. 강팀의 최전방 공격수로 충분히 제 몫을 하지만 절체절명의 순간 팬들은 주니오가 아닌 다른 선수를 쳐다보곤 했다.

하지만 올 시즌 주니오는 팀 공격의 조각이 아닌 명실상부한 에이스로 울산의 화력전을 이끌고 있다. 무엇보다 예년보다 과감해진 움직임이 눈에 띈다. 수원전 프리킥 결승골도 자신이 직접 키커를 자청했다. 김도훈 울산 감독도 달라진 주니오의 모습에 “많은 노력을 통해 정신적, 기술적, 피지컬적인 부분이 바뀌었다”고 평했다.



에이스로 올라선 주니오가 울산의 우승과 득점왕 등극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아낼지 관심거리다. 두 목표 모두 최근 2년간 아쉽게 해내지 못했던 것들이다. 2018시즌에는 리그 3위, 득점 순위도 3위, 2019시즌에는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간발의 차로 우승을 놓치며 리그 2위에 머물렀다. 득점왕 레이스에서도 수원의 타가트(27)에 한 골 차 2위에 그쳤다. 마침 도전을 위한 환경은 앞선 두 시즌보다 좋다. 3라운드 부산전 무승부로 아쉽게 리그 선두는 전북에 내줬지만 이청용(32) 등 미드필더에서 주니오에게 좋은 패스를 공급해 줄 선수들의 발끝은 여전히 뜨겁다. 그렇기에 30일 광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광주와의 4라운드도 주니오의 활약에 관심이 갈 수밖에 없다.

한편, K리그 4라운드에서는 2002 월드컵 4강 신화를 이끈 영웅들이 사령탑으로 맞붙는 흥미로운 매치업도 펼쳐진다.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최용수 감독의 FC서울과 김남일 감독의 성남FC가 맞붙는 것. 감독으로 서울에서만 9시즌을 보낸 최 감독은 1라운드 패배 이후 2, 3라운드를 연속으로 잡아냈고, 성남FC 감독으로 처음 지휘봉을 잡은 김 감독도 첫 세 경기를 모두 승점을 따내는 등 두 감독 모두 분위기가 좋다. 한창 좋은 기세를 이어가려는 옛 대표팀 동료 간의 치열한 혈전이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