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밤 11시쯤 ISS와 도킹 예상

정부기관 나사 대신 민간 기업이 우주선 제작·발사 주관 / ISS에 1개월, 길게는 4개월 머물며 연구 수행 후 지구 귀환

3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발사한 최초의 민간 유인우주선이 한국시간으로 31일 오후 11시쯤 국제우주정거장(ISS)와 역사적인 도킹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발사 현장을 지켜본 뒤 “믿을 수 없다(incredible)”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세계에서 가장 많은 확진자와 사망자가 발생하며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미국이 우주개발에서 가장 앞선 나라임을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미국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 로버트 벤켄(왼쪽)과 더글러스 헐리. 스페이스X 제공·연합뉴스

외신에 따르면 전기차 전문업체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0)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30일 오후 3시22분(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31일 오전 4시22분) 미 플로리다주 케이프 커내버럴의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을 쏘아올렸다.

 

이 우주선에는 미 항공우주국(나사·NASA) 소속 우주비행사 2명이 타고 있다. 정부기관인 나사가 아니고 민간 기업 스페이스X가 우주선 제작 및 발사의 전 과정을 주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장차 민간 차원의 우주탐사, 심지어 관광 등 상업적 목적의 우주탐사 활성화로 가는 길을 열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크루 드래건에 탑승한 나사 소속 우주비행사는 더글러스 헐리(53)와 로버트 벤켄(49) 두 명이다. 이들은 발사 후 19시간 뒤인 31일 오전 10시(현지시간, 한국시간으로는 31일 오후 11시)쯤 ISS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구 상공 약 400㎞에 떠 있는 ISS는 미국, 러시아 등 세계 각국 우주인들이 모여 실험 등을 하는 곳이다.

 

두 사람 중 헐리는 2011년 7월 미국의 마지막 우주왕복선 애틀랜티스호 탑승에 이어 민간 우주탐사 시대를 여는 크루 드래건의 첫 유인 비행을 담당하는 진기록을 세우게 됐다. 헐리와 벤켄은 짧게는 1달, 길게는 4달까지 ISS에 머물며 연구 등을 수행한다.

 

크루 드래건이 임무를 마치고 무사히 귀환하면 나사와 스페이스X는 비행 데이터를 분석해 이 우주선이 최대 4명의 우주인을 태우고 정기적으로 ISS로 다녀올 수 있도록 인증할 계획이다.

 

미국의 첫 민간 유인우주선 발사 장면.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대동하고 케네디 우주센터를 찾아 발사 장면을 직접 참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발사를 본 뒤 “믿을 수 없다”며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코로나19 창궐 앞에 속절없이 무너진 미국이 우주개발을 통해 자존심을 되찾으려는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미국은 세계 최강국을 자처하던 1957년 소련(현 러시아)이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리며 엄청난 위기감에 사로잡힌 바 있다. 당시 미국 과학계는 “우리가 소련한테 이렇게 뒤졌다니, 믿을 수가 없다”는 반는이 쏟아졌고 미 행정부도 충격에 휩싸였다.

 

우주개발에서 소련을 넘어서려는 미국의 노력은 1961년 존 F. 케네디가 대통령에 취임하며 본격화했다. 당시 케네디 대통령은 “10년 안에 미국인을 달에 보내겠다”고 공언했고, 1969년 아폴로 11호가 달 착륙에 성공하며 현실이 되었다. 지난해 미국은 아폴로 11호의 달 착륙 50주년을 맞아 1년 내내 우주탐사 붐이 일었으며 이번 스페이스X의 유인우주선 발사도 이같은 분위기에 힙입은 바 크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