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G7 초청에… 호주 “환영” 한국 “협의 먼저”

트럼프 대통령의 “G7 확대하자” 제안에 호주·한국 반응 엇갈려 / “미국과 사전 협의했다”는 호주와 달리 한국은 “통보 못 받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9월 미국에서 주요7개국(G7) 정상회담을 여는 방안을 추진하며 기존 7개 회원국 외에 한국, 호주, 인도, 러시아도 초청하겠다는 뜻을 밝혀 주목된다. 다만 즉각 ‘환영’ 입장을 밝힌 호주 정부와 달리 한국 정부는 “앞으로 미국 정부와 협의하겠다”는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호주는 사전에 미국과 일정한 협의를 거친 반면 한국은 그런 절차가 생략된 것으로 보인다.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왼쪽)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뉴시스

호주 정부는 31일 트럼프 대통령의 G7 정상회의 공식 초청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호주 정부 대변인은 이메일 논평을 통해 “G7은 최근 고위급 교류의 (주요) 주제였다”며 “유례없는 글로벌 도전의 시기에 우방국 간 협력 강화가 중시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스콧 모리슨 호주 총리와 미국 정부 사이에 이번 초청 건과 관련한 사전 접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는 비슷한 시각 한국 정부가 내놓은 반응과는 사뭇 다른 것이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의 G7 회담 초청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앞으로 미국 측과 협의해 나가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G7 정상회의에 참석해달라는 내용의 사전 요청이 있었는가’라는 기자의 물음에는 “사전에 통보받지 않았다”고 답했다. 호주 모리슨 총리와 달리 문재인 대통령은 미국 정부와 G7 초청 등에 관한 사전 협의가 전혀 없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선 G7에 한국·호주·인도·러시아 4개국을 추가해 사실상 ‘G11’으로 만들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시도가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돼 청와대가 초청을 흔쾌히 수락하기 어려운 것 아니냐는 관측을 제기한다.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이 G11으로 확대된 G7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됐다.

 

미·중 주요2개국(G2)은 요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책임론을 둘러싼 공방, 홍콩보안법 제정 등으로 날마다 충돌하며 격렬히 대립하는 양상이다. 

 

호주는 미국의 동맹국으로 중국을 견제하고 봉쇄하기 위한 인도·태평양 전략에 진작 참여해왔다. 한국도 미국의 동맹국이긴 하지만 최대 교역국이자 북한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중국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선 인도·태평양 전략 동참에 ‘미지근한’ 입장을 유지하는 중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 세계일보 자료사진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전용기 에어포스원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음 달로 예정된 G7 정상회의를 9월로 연기하고 이때 한국을 비롯해 호주, 러시아, 인도를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모임을 주요 10개국(G10) 또는 주요 11개국(G11)이라고 설명하며 초청을 희망하는 4개국 지도자들에게 의사를 타진했다고 덧붙였다. 기존 G7 회원국은 미국·영국·독일·프랑스·캐나다·이탈리아·일본이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