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5년차인 아마추어 국가대표 출신 이소영(23·롯데)은 2018년 펄펄 날았다. 3승을 올려 다승왕을 차지해 국내여자 골프를 평정하는 듯했다. 하지만 지난 시즌 이소영은 최혜진(21·롯데)과 신인들의 맹활약에 밀려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슬럼프에 빠진 것은 아니다. 29개 대회에 출전해 톱10에 10차례나 진입했고 상금랭킹 10위에 오를 정도로 꾸준한 기량을 유지했다. 하지만 우승이 없었다. 맥콜 · 용평리조트 오픈에서 준우승을 차지하는 등 2위만 3차례 기록하며 우승 문턱에서 번번이 미끄러졌다. 문제는 쇼트게임. 어프로치샷의 정확도가 떨어졌고 퍼트도 흔들리는 뒷심부족으로 고배를 마셔야했다.
이에 이소영은 겨울훈련동안 하루에 반드시 2시간 이상은 쇼트게임 연습에 공을 들였고 그 효과가 이번 시즌 확실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소영은 지난 17일 끝난 메이저 대회 KLPGA 챔피언십에서 3, 4라운드에서 67타와 65타의 맹타를 휘두르며 4위에 올랐다. 이어 2주만에 나시 필드에 나선 이소영은 31일 경기도 이천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파72·6415야드)에서 열린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8억원) 최종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버디 3개를 잡아내는 깔끔한 플레이를 선보이며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친 이소영은 ‘루키’ 유해란(19·SK네트웍스)을 2타 차로 따돌리고 시즌 첫 승이자 통산 5승을 달성했다. 1라운드부터 단 한차례도 선두를 내주지 않은 생애 첫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이다. 우승상금은 1억6000만원. 이소영은 2018년 9월 올포유 챔피언십 이후 약 1년 8개월 만에 다시 정상에 올랐는데 당시 우승한 대회 장소가 이날 열린 사우스스프링스 골프클럽이다.
이소영은 1라운드에서 버디만 7개를 뽑아내는 맹타를 휘두르며 65타를 기록했고 2라운드 67타, 3라운드에서는 70타를 적어내며 추격자들에게 좀처럼 리더보드 최상단을 내주지 않았다. 2위에 1타차 앞선 단독선두로 최종라운드를 맞은 이소영은 6번 홀까지 안정적인 플레이로 파를 지켰고 7번홀에서 2.5m짜리 첫 버디를 낚았다. 하지만 새내기 유해란의 추격이 만만치 않았다. 3번 홀(파5)에서 버디를 기록한 유해란은 13번 홀(파4)에서 이글샷을 선보이며 이소영과 한때 공동선두를 이뤘다. 그러나 이소영은 이홀에서 시원한 장타로 티샷을 그린에 올렸고 버디를 추가하며 다시 한타차로 앞서갔다. 쇼트게임에 자신감이 붙은 이소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16번 홀(파5)에서 어프로치 샷을 핀에 붙여 버디를 추가했고 17번 홀과 18번 홀에서 침착하게 파를 지켜 승부를 마감했다. 유해란은 16번 홀에서 버디 퍼트를 아쉽게 놓치면서 2타 차로 벌어져 추격의 동력을 상실했다.
이소영은 “퍼팅 자신감이 올해 상승세의 비결이다. 앞으로 1∼2승을 더 하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임희정(20·한화큐셀)과 김소이(25)가 최종합계 12언더파 276타로 공동 3위에 올랐고 최예림(21·하이트진로)은 11언더파 277타로 5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KLPGA 투어 전관왕에 오른 최혜진(21·롯데)은 최종합계 9언더파 279타로 공동 10위에 올랐다.
해외파 선수들은 부진했다.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신인왕 이정은(24·대방건설)은 이날 4타를 잃으면서 최종합계 7언더파 281타, 공동 21위에 그쳤고 김효주(25·롯데)는 공동 33위에 머물렀다.
최현태 기자 htchoi@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