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46)가 사망한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가 30일(현지시간) 30개 이상의 도시로 확산하면서 미국이 혼돈에 빠졌다. 미 당국이 사건 발생 나흘 만인 전날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러 숨지게 한 경찰을 살인 혐의로 기소했지만, 시위대는 처벌이 약하다면서 전선을 확대하고 있다.
미 CNN방송은 이날까지 최소 16개주의 25개 도시에서 야간시간대 통행금지령이 발동됐다고 전했다. 낮 시간대에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가 밤이 될수록 상점 약탈 등 폭력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인디애나폴리스에서 이날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최소 3명이 총에 맞았고, 시위대 중 1명이 숨졌다.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서 대통령 비밀경호국(SS)의 차량 3대를 파손하고 차 위에 올라가 ‘흑인의 생명은 중요하다’, ‘정의 없이는 평화도 없다’는 등의 구호를 외쳤다. 보수성향의 친트럼프 방송사로 분류되는 폭스뉴스의 한 기자가 백악관 시위를 취재하다가 시위대의 공격을 받기도 했다. 전날에는 생방송으로 상황을 전하던 CNN의 흑인 기자가 현장에서 미니애폴리스 경찰에 체포돼 논란이 일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미니애폴리스에서는 공권력의 상징인 경찰서가 불탔다. 오하이오주 콜럼버스에서도 전날 경찰관 5명이 부상하고 상점 10여개가 약탈당했다.
가해자 처벌 수위에 만족하지 못해 시위가 더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플로이드를 숨지게 한 미니애폴리스 전 경찰 데릭 쇼빈(44)은 전날 3급 살인 및 우발적 살인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시위대는 쇼빈에 적용한 혐의가 약하고, 함께 플로이드를 제압하고 망을 본 다른 3명의 경찰관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쇼빈 등 4명의 경찰관은 모두 해임된 상태다. 유족 측도 기소내용이 공개된 뒤 “우리는 1급 살인혐의를 예상했고, 원한다”며 “다른 경찰관들도 체포되길 원한다”고 말했다.
검찰 공소장에 따르면 쇼빈은 8분46초간 플로이드의 목을 무릎으로 눌렀고, 플로이드가 의식을 잃은 뒤에도 2분 53초간 무릎을 떼지 않았다. 쇼빈은 미니애폴리스경찰 내사과에 18건의 민원이 제기된 전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의가 모두 인정되면 그는 최대 35년간 징역형을 살 수 있다. 쇼빈의 아내는 변호사를 통해 낸 성명에서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고 밝히고 이혼소송을 제기했다.
미 언론은 “가해자 처벌 수위에 대한 불만 등으로 시위는 더 확산할 것”이라면서 “시위대 중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많아 코로나19 확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워싱턴=정재영 특파원 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