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사망 시위’ 격화… 트럼프 “軍 투입” 경고

워싱턴·뉴욕 등 48개 도시로 확산

미국에서 백인 경찰관이 무릎으로 흑인 남성의 목을 짓눌러 숨지게 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가 30일(현지시간) 워싱턴과 뉴욕 등 최소 48개 주요 도시에서 5일째 이어졌다. 일부 시위대는 경찰차와 일반 상가 건물 등에 불을 지르고 벽돌과 화염병 등을 던지는 폭력을 행사하고 있다. 경찰과 군 병력은 최루가스·고무탄총 발사와 곤봉 구타 등으로 맞서 소요 사태가 과격해지면서 전국적으로 확산하는 양상이다.

30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최류액을 뿌리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폭력시위를 절대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연방 군대를 투입하는 초강경 대응 방침을 밝혔다. 국방부는 흑인 사망 사건이 발생한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헌병대 800명을 즉각 투입할 준비를 하도록 육군에 지시했다.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는 이날 밤 성명을 통해 로스앤젤레스(LA) 카운티에 주비상사태를 선포하고 LA시와 카운티에서 시위대 해산을 위해 요청한 주 방위군 지원도 승인했다고 밝혔다.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12개 주와 워싱턴에 주 방위군 투입이 승인됐다고 CNN이 전했다. 워싱턴에서는 시위대가 백악관 앞에서 대통령 비밀경호국(SS) 요원들과 이틀째 충돌했다. 시위대는 SS 차량 3대를 파손했고 백악관 근처 빌딩에 불을 지르거나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한 예술가가 30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벽화를 그리고 있다. AFP연합뉴스

AP통신은 이날 현재 17개 도시에서 최소한 1383명이 시위로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캘리포니아에서 시위를 지켜보던 국토안보부 계약직 보안요원이 총에 맞아 숨지는 등 사망자도 속출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