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일평균 확진자 수가 40명 가까이 늘었다. 수치상으로 보면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이던 시기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물류센터 등 취약시설을 점검하고, 고위험시설에는 방역수칙 준수를 의무화하는 등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31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 25일부터 이날까지 일주일간 코로나19 신규환자는 하루 평균 39.7명을 나타냈다. 39.7명은 4월 초 수준이다. 3월22일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를 시작한 뒤 98명(3월23∼29일)이던 일평균 신규환자 수는 4월 6∼12일경 39.3명이었다. 이후 사회적 거리두기가 성과를 보이면서 한 달 전인 4월27일∼5월2일엔 9.3명까지 내려갔다가 한 달 새 4배 이상 상승했다.
이태원 클럽, 쿠팡 물류센터 등 집단감염이 잇따른 결과다. 집단발생 건수는 5월3~16일 1건에서 17~30일 12건으로 대폭 늘었다.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현장 근로자를 통한 가족이나 지인 등 지역사회 ‘n차 감염’ 사례가 늘고 있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누적 확진자는 이날 낮 12시 기준으로 111명으로 집계됐다. 쿠팡 물류센터 집단감염은 지난 23일 처음 환자가 확인된 지 8일 만에 110명을 넘어섰다. 물류센터 근무자가 75명, 접촉자가 36명이다.
이태원 클럽 관련 확진자는 이날 12시 기준으로 270명으로 늘었다. 인천 학원강사가 일한 세움학원의 학생 가족 1명이 추가로 확인됐다.
집단감염 외에도 감염경로를 알 수 없는 환자가 잇따르고 있어 방역당국을 더 힘들게 한다. 5월17∼31일 신규확진자 418명 가운데 7.7%(32명)가 감염경로를 알지 못한다. 사회적 거리두기 때보다도 더 높아졌다. 신규환자 중 감염경로 불분명 비율은 4월12일 3.2%, 4월26일 5.6%, 5월24일 6.6% 등으로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
이날까지 10명 정도가 확인된 한국대학생선교회(CCC) 사례, 4명이 발생한 서울 서대문구 연아나 뉴스클래스 사례 등은 집단감염과 연결고리를 찾지 못한 채 감염경로를 조사 중이다.
경고음은 커지고 있지만 정부는 생활 속 거리두기 단계 조정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다. 대신 방역 조치 대폭 강화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 28일 수도권 공공시설 운영을 중단한 데 이어 이날 전국 헌팅포차, 유흥주점, 노래방 등 고위험시설 8종에 대해 2일 오후 6시부터 운영 자제를 권고했다. 사업주나 이용자 모두 출입자 명부 작성, 마스크 착용 등 방역수칙을 철저히 지켜야 하며, 위반 시 3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QR코드를 활용한 전자출입명부 시스템은 수도권 19개 고위험시설에서 일주일간 시범 운영한 뒤 6월 10일 행정조치가 취해지는 모든 고위험시설에 의무 도입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택배터미널, 식품·축산창고 등 전국 물류시설 4361개소를 대상으로 방역지침 준수, 질병의심환자 대응체계 등을 점검하기로 했다. 최근 수도권 물류센터 20곳에 대한 현장점검에서 근무자 마스크 미착용, 작업복 공동사용 등 135건이 적발되는 등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콜센터, IT(정보기술) 업종, 건설현장, 제조업 등 사업장 약 4만곳에 대해서도 방역관리 상황을 확인할 예정이다.
생활 속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도, 위험시설에 대해 사회적 거리두기에 준하는 방역조치를 취하도록 해 코로나19 확산을 막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만약 이를 통해서도 코로나19 확산을 통제하지 못한다면 확산세 차단을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복귀 등 추가 카드를 꺼낼 수밖에 없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우리 방역망의 취약한 곳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다”며 “빠르게 미비점을 보완하고 사각지대를 찾아내 감염을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진경 기자, 인천=강승훈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