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당수가 'NO 마스크'…15개 교회 목사 16명 확진 판정

코로나19 비상 - 수도권 끊이지 않는 집단감염 / 개척교회 목사모임發 28명 확진 / 상당수 모임 당시 마스크 미착용 / 성경연구회 환자 14명 중 1명 사망 / 물류센터 등 2주간 14건 집단감염 / 박능후 “재확산 가능한 긴장 국면” / 경기 다중시설에 2주간 행정명령 / 인천시, 종교시설 조치 검토 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최근 종교행사·소모임을 주요 매개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소규모 모임은 방역수칙 준수를 사실상 개인에 맡긴 만큼 관리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기본으로 돌아가 개개인이 방역 주체가 되는 노력이 중요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집단으로 발생한 인천시 미추홀구 한 교회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1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와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이후 이날까지 14건 정도의 집단감염이 발생했다. 박능후 중대본 1차장은 “언제든지 예기치 못한 곳에서 물류센터 사례와 같은 집단감염이 다시 발생할 수 있는 긴장된 국면”이라고 현재 상황을 평가했다.

 

방대본은 주요 감염경로가 △종교행사 △고위험 사업장 △학원 세 가지 유형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종교행사 또는 모임을 통한 발생사례를 보면 5월 이후 6건이 있다. 이날 확인된 인천·경기 개척교회 모임 관련해 최소 28명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다. 목사 16명, 부인·자녀 등 목사의 가족 5명, 신도 등 접촉자 7명이다. 확진자와 관련된 교회는 인천 11곳, 경기 4곳 등 총 15곳이다. 방역 당국은 이들이 지난달 25∼28일 부평구와 미추홀구 교회 4곳을 돌며 기도회 및 찬양회 등을 여러 차례 모임을 가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확진자 상당수는 교회 행사나 모임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함께 제주도 단체여행을 다녀온 안양·군포 목회자 모임에서도 이날까지 11명이 확인됐다. 원어성경연구회 관련해서는 서울·경기 교회 여러 곳에서 14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이들 중 1명은 사망했고, 1명은 현재 위중한 상태다. 이밖에 구리시 일가족 7명을 포함해 서울 동인교회(11명), 구미 엘림교회(9명), 한국대학생선교회 관련(8명) 등을 통해서도 전파가 이뤄졌다.

 

종교시설 관련 확진자가 급증하자 인천시는 이날 4234개 전체 종교시설에 대해 집합제한 조치를 검토 중이다.

 

지난 31일 경기도 안양시 양지초등학교 운동장에서 해당 학생과 접촉한 교직원 및 학생을 대상으로 진단 검사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쿠팡 부천물류센터는 대표적인 사업장 감염이다. 쿠팡 물류센터 관련 확진자는 이날까지 112명이 확인됐다. 물류센터 근무자 74명, 접촉자 38명이다. 3차 전파 사례가 3명 정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KB생명보험 TM 보험대리점에서도 8명이 집단감염됐다.

 

정부는 물류센터·제조업체 등 사업체 방역조치 준수를 점검하고 있다.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물류창고, 콜센터, 장례식장, 결혼식장 등 취약 업종·다중이용시설에 대해 14일까지 집합제한 행정명령을 내렸다. 지역 내 기업체에 대해서는 풀링검사(취합검사법)를 지원하기로 했다.

 

학원 감염은 학교 유입으로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여의도 연세나로학원, 인천 세움학원, 영램브란트 미술학원 등에서 감염이 잇따르고 있다. 교육부는 최근 학원을 통한 학생 감염 사례가 발발함에 따라 2일까지 수도권 학원 밀집지역에 대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기로 했다.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등교수업을 중단한 학교는 총 607곳이다. 경기 부천 251곳, 인천 부평 153곳, 서울 102곳, 인천 계양 89곳 등이 이날 문을 닫았다. 교육부는 이들 지역은 2일 각 지역 교육청과 방역당국, 교육부가 협의를 거쳐 등교수업 전환 여부를 검토할 예정이다.

목동 학원가 방역 서울 양천구 목동 양정고 재학생의 가족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가운데 1일 목동의 한 학원에서 구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하상윤 기자

종교행사, 학원, 지인과의 모임 등은 대부분 작은 규모의 인원이 모여 대화나 식사 등 친밀한 접촉이 이뤄지게 된다. 코로나19 환자가 포함돼 있다면 전파가 이뤄지기 쉬운 환경이다.

 

현재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서는 5명 이상 소모임에서도 방역관리자를 지정해 모임 내 방역수칙 준수를 확인하도록 하고 있지만 권고사항이다. 정부가 일일이 행정점검을 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방역 당국은 자발적 실천을 독려하면서, 소모임에서 방역관리자가 수칙을 지키기 위해 무엇을 신경 써야 하고,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지침을 만들어 배포하기로 했다.

 

정은경 중대본 본부장은 “소모임은 친밀한 사람들이 모이기에 방심하기 쉽고, 마스크 착용 등을 잘 지키기 어려웠을 것”이라며 “지역사회 감염위험이 큰 시기에는 모임을 자제하고, 수도권 지역은 성경공부, 기도회, 수련회 등 대면모임을 하지 말 것을 요청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새로운 방식의 모임, 비대면 모임의 그런 뉴노멀을 만드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태호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소모임 내에서 손 씻기, 마스크 착용, 큰소리로 말하지 않기 등 기본수칙만 지켜도 감염 확산 가능성을 최소화할 수 있다”며 “일상 속에서 방역수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경·김유나·김승환 기자 l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