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최악의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전국적인 소요 사태가 동시에 발생하는 ‘역대급’ 양대 위기로 휘청거리고 있다. 특히 전국 주요 도시에서 대규모로 동시 다발 시위가 벌어지면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실종돼 시위 참가자를 통한 코로나19 2차 대유행 우려도 커지고 있다. 경제활동 재개에 나서자마자 폭력 시위와 방화 및 약탈 등으로 경제도 마비됐다. 소요 사태와 코로나19 확산 및 경제 침몰의 삼중고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흑인 등 소수 인종과 저소득층이 코로나19의 최대 피해자가 됐고, 이들이 다시 소요 사태로 인한 경제활동 중단의 최대 피해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TY)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시위 사태의 진원지인 미네소타주에서 흑인은 전체 주민의 6%이나 코로나19 환자의 29%를 차지했고,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시에서 흑인은 전체 주민의 20%에 못 미치나 코로나19 환자의 35%를 차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많은 소수 인종 출신 젊은층이 계약직, 임시직 노동자이거나 2∼3개의 시간제 일자리를 뛰면서 살아왔으나 이들 일자리가 소요 사태로 모두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에 따른 신규 실업자가 4000만명가량에 이른다. 이들은 자택대피령이 해제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면서 일터 복귀를 꿈꿨으나 전국적인 시위로 인해 물거품이 됐다. 전국 주요 도시에서 약탈과 방화를 우려해 가게 문을 열 수가 없고, 정부 당국도 통행금지령과 함께 상가개점금지령을 내렸다. 더 심각한 문제는 대규모 시위 참가자로 인해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시위가 야외에서 이뤄지지만 일부 시위 참가자들이 마스크를 제대로 쓰지 않은 채 집단으로 구호를 외치고, 밀집대형으로 장시간 가두 행진을 하기 때문에 감염 우려가 높다. 더욱이 경찰이 최루 가스와 페퍼 스프레이(분사 액체)를 뿌림에 따라 시위 군중이 집단으로 눈물을 흘리고, 기침까지 하게 된다. 래리 호건 메릴랜드 주지사는 “2주 후에 확진자 급증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고 했고, 에릭 가세티 로스앤젤레스 시장도 “시위가 슈퍼 확산을 초래해 2차 대유행 사태가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