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와 유가족 단체인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는 1일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유족회는 이날 인천시 강화군 선원면 알프스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난 30년간 위안부 문제를 악용한 윤미향은 의원직을 사퇴하고 정의연을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유족회는 “정대협(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의연의 전신)과 윤미향은 수십 년 동안 (정의연을) 일본군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피해자 중심의 단체가 아닌 권력 단체로 살찌우는 데 혈안이 됐다”고 비판했다.
유족회는 “정대협과 윤미향은 할머니를 위한 최소한의 예의도 다하지 않은 천인공노할 집단으로 전락한 지 오래됐다”며 “정부는 이 단체에 지원금을 보내서는 안 되고 국민을 상대로 한 기부금 모금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양순임(76) 유족회 회장은 “죽으면 언니들이 묻혀 있는 망향의 동산에 묻어달라는 고 강순애 할머니의 유언을 정대협이 무시했다”며 “강 할머니는 결국 납골당에 안치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할머니 이름 새긴 비석 하나 세우는데 비용이 그리 아깝다는 말인가”라며 “유족회가 힘이 없어 고인을 차디찬 납골당에 모셔두고 있어 송구스럽다”고 덧붙였다. 양회장은 또 “위안부 할머니들은 생전에 정대협과 윤미향을 무서워했다”며 “이번에 드러난 윤 의원의 비리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양 회장과 함께 위안부 피해자 유가족 2명이 참석했다. 회견에 참여한 유가족 김 모씨는 “아무 보상도 없이 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20년이 넘었다”며 “지원금을 받아야 할 사람은 10원도 못 받고 있는데 윤미향은 사리사욕을 채우고 있다”고 비판했다.
양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 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는 “정대협이 그동안 어떻게 했는지에 대해 이용수 할머니가 한 말이 다 맞다”며 “윤미향이 거짓말만 안 했다면 지켜보려고 했는데, 거짓말을 하니 기자회견을 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어 “돈과 연관된 문제도 있다”면서 “국회의원 배지 그게 뭐라고 이렇게 하나. 그런 사람들이 국회에 들어가면 안 된다”고 했다.
한편 21대 국회 개원 사흘째인 1일 국회 의원회관에 첫 출근한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민주당 의원들에게 서한을 보내 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사과했다.
윤 의원은 5월31일 자로 작성된 편지에서 “희망과 기대로 충만해야 할 21대 국회의 첫 출발에 저와 정대협의 지난 활동이 본의 아니게 국민과 당, 의원들께 심려를 끼친 점 진심으로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찾아뵙고 개원 인사를 드리는 것이 상례이나, 이렇게라도 먼저 인사를 드리는 것이 도리라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5월) 29일 기자회견을 통해 그동안 제기됐던 의혹에 1차적으로 소명을 드렸지만, 충분치 않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앞으로 검찰 조사 과정뿐 아니라 의원들께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성실하고 빠르게 소명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는 “다시 한번, 회기를 시작하기도 전에 당과 의원들께 너무 큰 짐을 드린 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재차 사과했다.
김경호 기자 stillcu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