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 재판 국과수 증인 “전일빌딩 탄흔은 헬기 사격 가능성”

헬기 사격 외 가능성에 대해선 "현실적으로 불가능"

5·18민주화운동의 상징인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에서 발견된 탄흔은 헬기 사격에서 비롯됐을 가능성이 유력하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1일 광주지법 201호 대법정에서 형사8단독 김정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자명예훼손 공판에서 김동환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총기연구실장이 이같이 증언했다. 김실장은 이날 검찰측 감정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5.18 당시 전일빌딩 주변을 선회하는 헬기. 사진=연합뉴스

김 실장은 광주시의 요청으로 2016년 9월부터 2017년 3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전일빌딩 내·외부를 정밀 조사했다. 전일빌딩 10층에서 외벽 68개, 실내 177개 등 245개의 탄흔을 발견했다. 김 실장은 탄흔의 발사각도 등을 토대로 정지 비행 상태에서 헬기 사격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후 김 실장은 광주지법의 촉탁검증 등을 지속해 총 281개를 발견했고 하나의 총알이 여러 탄흔을 만들 수 있어 총 270개의 탄흔을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증인석에 나온 김 실장은 “더 높은 곳에서의 사격이 아니면 건물 10층 바닥에 탄흔을 만들 수 없다. 당시 주변에 더 높은 건물이 없다면 당연히 비행체 사격이 유력하다는 것이 제 견해”라고 말했다.

 

그는 “주로 40∼50도 안팎의 하향 사격이 많았고 수평 사격, 상향 사격 흔적도 있었다”며 “이런 식으로 각도를 바꿀 수 있는 것은 비행체 사격밖에 없어 10층 탄흔은 헬기에서의 사격이 유력하다고 판단했다. 총기 종류는 특정하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김 실장은 헬기 사격 이외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불가능하다고 일축했다. 그는 “10층 출입문에서 사격했다는 의견도 있는데 바닥은 가능하겠지만 출입문에서 보이지 않는 기둥에도 탄흔이 있다”며 “옥상에서 줄을 타고 내려와 사격했을 가능성 역시 기둥에 탄흔이 50개가 넘는데 줄에 매달린 채 불과 50cm 앞 벽에 30발 또는 20발 짜리 탄창을 바꿔가며 쏠 사람이 과연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전씨 법률대리인인 정주교 변호사의 화약 성분 검출 실험을 하지 않았다는 주장에 대해 김 실장은 “외벽 탄흔 중 일부만 방송실 실내 탄흔과 같은 시기에 생긴 것으로 판단했다. 40년이 지나 화약물질이 검출되지 않을 것이라 실험도 진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 서대문구 전두환 전 대통령 자택 문이 굳게 닫혀 있다. 연합뉴스

전씨는 이날 재판부로부터 불출석 허가를 받고 재판에 출석하지 않았다.

 

전씨는 2017년 4월 펴낸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성직자라는 말이 무색한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한 혐의(사자명예훼손)로 불구속기소 됐다.

 

전씨의 다음 재판은 오는 22일 오후 2시 같은 법정에 열린다. 전씨 측은 백성묵 전 203항공대 대대장, 장사복 전 전교사 참모장, 이희성 전 육군 참모총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신문할 예정이다.

 

광주=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