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국가보안법(홍콩 보안법)으로 미국과 중국 간 갈등이 격화하면서 1단계 무역합의 파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단계 합의 핵심인 대두 등 미국산 농산물 수입을 중국 정부가 전격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또 홍콩인과 홍콩 기업인의 미국 이주 허용을 검토하는 등 대중 압박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1단계 합의 파기가 현실화한다면, 가까스로 봉합됐던 미·중 경제전쟁이 다시 재개되고, 이는 정치·외교 등 각 분야 연쇄 충돌로 비화할 가능성이 높다.
1일(현지시간) 미 국무부 등에 따르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은 지난달 29일 미 워싱턴 DC 싱크탱크인 기업연구소(AEI) 팟캐스트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주민의 미국 이주 가능성에 관한 질문을 받자, “우리가 그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많은 홍콩 주민이 영국 여권을 소지하고 있는 점이 우리와 매우 다르지만,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할 수 있을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은 현재 홍콩 주민에게 영국 시민권을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데, 미국도 이와 같은 권한을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사설에서 “홍콩 주민에게 미 영주권을 부여해 미국으로 이주할 길을 열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 관리들이 자국 최대 곡물 회사인 중량그룹(COFCO)과 중국비축양곡관리공사(Sinograin) 등 주요 국영 회사에 대두 등 일부 미국산 농산물 구매를 중지하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했다. 중국 바이어들이 일부 미국산 돼지고기 주문도 취소했다고 전했다.
중국 정부의 이 같은 조처는 어렵게 성사된 1단계 무역 합의가 위태로운 상황에 직면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고 통신은 전했다. 실제로 중국의 미국산 농산물 구매 약속은 1단계 무역협상의 핵심이다. 중국은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추가 구매하고, 미국은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로 약속하고 양국 정부는 지난 1월 1단계 합의에 서명했다.
중국 내에서는 미국이 최후수단으로 미국의 달러 결제 시스템에서 중국을 퇴출할 가능성도 있다며 대비책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전 세계 거의 모든 국가와 마찬가지로 중국도 국제적인 무역·금융·투자 시 지급수단으로 달러에 의존하고 있고, 홍콩 금융기관은 관문 역할을 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며 최근 중국 정부 내부에서 미국의 보복조치에 대한 내부 회의를 진행했고, 이 자리에서 그 가능성이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중국 정부 관계자는 “(달러망 퇴출은) 미국의 분명한 핵 옵션”이라면서도 “중국에 해를 끼치겠지만, 미국의 피해가 더 클 것”이라고 말했다.
베이징·워싱턴=이우승·국기연 특파원ws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