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본부(질본)가 보건복지부 소속에서 독립해 질병관리청으로 승격된다. 복지부에는 보건 분야 차관이 신설된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과 공공보건의료 체계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행정안전부는 3일 질본과 복지부 조직개편 방안을 담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고 밝혔다.
개정안에 따르면 차관급 기관인 질병관리청은 예산과 인사, 조직을 독자적으로 운영하며 감염병 관련 정책과 집행 업무를 전담 수행한다.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유행을 계기로 2004년 1월 신설된 질본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직후인 2016년 1월 차관급으로 격상됐으나 독자적인 예산권과 인사권이 없어 감염병 연구와 전문인력 확충 등에 어려움을 겪었다.
현재 복지부 위임을 받아 질본이 수행하고 있는 질병관리와 건강증진 관련 각종 조사·연구·사업도 질병관리청이 고유 권한을 갖고 추진하게 된다. 다만 감염병 관련 업무라고 하더라도 다수 부처 협력이 필요하거나 보건 의료체계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기능은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복지부가 계속 수행한다. 방역 마스크의 해외 수출 금지, 의료기관에 대한 손실 보상 등이 이에 해당한다.
질병관리청 소속 지방조직으로는 권역별 ‘질병대응센터’(가칭)가 설치된다. 질병대응센터는 상시적인 질병 조사·분석은 물론 지역 현장 역학조사 및 지방자치단체 방역 지원 업무를 맡게 된다. 센터 설치는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과 시·군·구 보건소 등 지자체 감염병 대응 역량 강화 방안과 함께 추진된다.
2차관 개념의 질본 본부장이 질병관리청장으로 독립하면서 복지부 조직도 개편한다. 기획·복지 분야 1차관 이외 보건 분야 2차관직이 신설된다. 1·2차관 편제 순서를 고려하면 ‘복지보건부’가 돼야 하지만 행정적 혼란을 고려해 현재 보건복지부 명칭은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또 복지부 소속기관으로 국립보건연구원 감염병연구센터를 확대 개편한 ‘국립감염병연구소’를 신설하기로 했다. 감염병연구소는 국가 차원의 감염병 연구는 물론 감염병 감시, 치료제·백신 개발 및 상용화 등 전 과정에 걸친 연구개발(R&D) 역할을 맡는다. 윤종인 행안부 차관은 “감염병연구소를 질병관리청 소속으로 하게되면 (공공보건 싱크탱크인) 보건연구원과 분리 문제가 생긴다”며 “미국의 질병통제예방센터(CDC)와 미국국립보건원(NIH)의 관계를 염두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감염병 관련 기능도 효율적 업무 추진을 위해 복지부에 남는다. 질본이 맡고 있는 장기·조직·혈액 관리 기능은 보건의료자원 관리·보건사업과의 연계성을 고려해 복지부로 이관한다. 이에 따라 현재 정원 907명, 예산 8171억원인 질본은 독립 후엔 정원 746명,예산 6689억원으로 다소 규모가 줄게 된다. 윤 차관은 “질본의 청 승격은 질병대응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로 이에 필요한 세부 인력은 증원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이달 중순 국회에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통과되면 한 달 뒤 시행된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개정안이 조속히 심의·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의 각별한 관심과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드린다”며 “코로나19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앞으로 닥칠 수 있는 감염병으로부터 국민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보다 탄탄한 감염병 대응 체계를 갖춰나가겠다”고 밝혔다.
송민섭 기자 stso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