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한글로 쓰인 서예가 전시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아름다움에 취했던 적이 있다. 한자 서예는 일본에서도 많이 보고 학교에서도 배웠지만 한글 서예는 그날 처음으로 본 것이다. 나중에 그 서예가 궁중의 여성들을 중심으로 필사체로 발달한 궁체임을 알게 되었다. 한글은 한자에 비해 아주 심플하지만 글자의 곡선이 곧고 부드러우면서 단정하다. 그런데 이 글씨체는 단순히 아름답기만 한 것은 아니었다. 서예의 세로줄이 하나만 있는 것은 당시 인간의 생각을 바로잡고 어지럽히지 않기 위한 소중한 교육신념이라는 한글서예의 배경이 흥미로웠다.
현대 사회에서 일을 할 때 필기체를 사용하여 직접 글을 쓰는 경우는 흔치 않다. 대부분의 글은 컴퓨터로 작성하는 시대이다. 글씨체를 선택하면 컴퓨터로 필기체를 쓸 수도 있지만 아무래도 손글씨의 맛은 나지 않는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영어의 경우는 어떨까? 요즘 학교에서는 영어를 배울 때 필기체 쓰는 법을 가르치지 않는다고 한다. 퍼스널 컴퓨터의 보급에 따라 손글씨를 하기에 적합한 필기체보다 컴퓨터에 적합한 활자체가 더 많이 쓰이게 되었다. 옛날 우리 세대에서는 영어 수업시간에 분명히 활자체와 필기체를 모두 배워서 글자를 연결하여 쓰는 법을 연습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 영어권 국가에서도 필기체를 가르치지 않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 시간에 타자 연습을 하는 편이 훨씬 효율이 좋다는 생각이 일반적이라고 한다. 어느 나라 말이든 흐름이 있는 필기체는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래서 필기체는 상표나 디자인 등, 예술적인 감각을 표현하는 것으로 많이 쓰인다.
요코야마 히데코 원어민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