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풀어 경제 선순환, 핵심은 '타이밍'…공은 국회로 [3차 추경 35조]

경기·고용 위기 선제적 대응 / 4월 취업자수 전년비 47만명 줄어 / 2차 추경까지 250조 투입 효과 미진 / 지출 구조조정 역대 최대 규모 단행 / “부처별 할당해 너무 줄이면 역효과” / 공은 국회로… 중요한 것은 타이밍 / 당정, 추경안 6월 본회의 통과 기대 / 野 “재정 충당 방안부터 고민해야”

“재정도 어렵다. 그러나 재정이 어렵다고 지금과 같은 비상경제시국에 간곡히 요구되는 국가의 역할, 최후의 보루로서 재정의 역할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 중기적으로 지금 재정의 마중물과 펌프질이 위기극복→성장견인→재정회복의 선순환을 구축하고 국가경제에 기여하리라 판단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달 29일 정부세종청사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안 편성에 대해 사전설명하고 있다. 뉴스1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사상 최대 규모의 3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편성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외환위기 때나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더 큰 규모로, 게다가 48년 만에 3차 추경을 편성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는 감염병 확산과 인명피해를 막기 위한 방역대응은 물론 세계 대공황 이후 최악의 글로벌 경기침체에 대한 ‘경제방역’도 요구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4월 경제전망 수정을 통해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이 -3.0%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시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도 -1.2%로 3.4%포인트나 끌어내렸지만 그나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소 하향폭과 최고 전망치였다. 상대적으로 우리나라가 후한 평가를 받은 것은 코로나19에 성공적으로 대처했다는 점이 큰 영향을 미쳤다. 만약 코로나19 대응에 실패했다면 우리나라 경제는 더욱 아찔한 상황에 처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성공적인 K방역에도 단기적 경제 피해는 피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소비·투자부진 등 내수가 직격탄을 맞았다.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른 수출 급감은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에 큰 타격을 입혔다. 1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전분기 대비 -1.4%를 기록했고, 4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47만6000명 감소하는 등 경기여건 악화와 고용충격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그동안 정부는 2차례 추경과 5차례 대통령 주재 비상경제회의 등을 거쳐 총 250조원 규모의 직접지원대책을 마련했다. 납기유예와 만기연장 등 350조원 규모에 달하는 간접지원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대응들로도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위기의 불길을 완전히 잡지 못했다. 현장에서 기업과 상인들은 위기를 버티기 위해 정부지원이 더 필요하다고 요구한다. 고용 충격파가 커질 것으로 예상돼 충격을 흡수할 재정 대응이 시급하고, 하반기 내수·수출 등 경기회복세를 뒷받침할 재정지원도 필요하다. 정부가 3차 추경에 나설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정부는 올해 3차례 추경을 통해 59조2000억원을 추가 투입하기로 했다. 이런 대규모 재정 투입에도 올해 목표 성장률은 0.1%, 일자리 증가율은 0%다. 그만큼 우리 경제가 처한 상황이 혹독하다는 얘기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임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정부는 이날 '2020년도 제3회 추가경정예산안'과 그에 따른 고용보험기금 등 기금운용계획변경안 37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뉴스1

다만 추경은 재정건전성에는 분명히 부담이 되는 요인이다. 정부가 이번 추경 재원을 마련하면서 역대 최대 규모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것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불필요하면 줄이는 게 맞지만 혹시 부처별로 할당했다면 역효과가 날 수도 있다”며 “너무 줄이면 오히려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까지는 재정을 풀어야 하고 국가채무나 재정건전성은 내년에 고려해도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공은 국회로 넘어간다. 불필요한 요소는 없는지, 포퓰리즘 성격의 지원은 없는지 꼼꼼한 심사는 필수다.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다. 정부와 여당은 추경안이 6월 내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할 것으로 기대한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국회 심의과정에서 충분한 논의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평가는 신중하게 하되 너무 늦어지면 효과가 반감되는 것을 고려해 빠른 결정이 이뤄지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미래통합당 황규환 부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코로나19와 같은 내우외환 극복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함은 공감한다”면서도 “연이은 추경 역시 규모도 중요하지만 제때에 제 곳에 쓰일지, 또 어떻게 재정을 충당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국민세금으로 채워진 곳간을 운영하는 정부라면 비울 궁리부터 하기 전에 채워 놓을 방안도 고심하는 것이 책무임을 망각하지 말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