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3차 추가경정안이 사상 최대의 추경 규모로 짜이면서 재정건전성 수치들도 줄줄이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재정건전성이 최악이라는 뜻이다. 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정부가 3일 발표한 35조3000억원 규모의 추경 재원 중 23조8000억원은 국채 발행으로 마련하기로 하면서 나라살림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5.8%로 뛰어올랐고,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43.5%를 기록했다. 두 수치 모두 역대 최고다.
정부 총수입에서 총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에서 4대 보장성 기금을 제외해 정부의 실제 재정상태를 나타내는 관리재정수지는 지난해 본예산 기준 37조6000억원 적자에서 올해 본예산과 1~3차 추경을 거쳐 112조2000억원 적자로 적자폭이 1년 만에 74조6000억원 불어난다.
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지난해 1.9%에서 3차 추경 기준 5.8%로 올라간다. ‘슈퍼 예산’이라고 불린 올해 본예산 512조3000억원을 편성하면서 1.9%에서 3.5%로 올라간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1차 추경으로 4.1%를, 2차 추경으로 4.5%를 기록한 뒤 6%에 가깝게 치달았다.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은 외환위기 후폭풍이 거셌던 1998년 4.7%가 가장 높았었는데 그 수준을 1.1%포인트나 뛰어넘었고, 5%를 돌파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재정당국이 마지노선으로 삼았던 관리재정수지 적자비율인 3%를 넘은 적은 1998·1999년(3.5%),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3.6%) 세 차례뿐이다.
지난해 본예산 기준 740조8000억원이었던 국가채무는 840조2000억원으로 99조4000억원이 늘었다. 나랏빚이 1년여 만에 100조원 가까이 폭증했다.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37.1%에서 43.5%로 치솟는다. 올해 본예산 기준 39.8%에서 1∼2차 추경을 거치며 41.4%로 올라선 데 이어 3차 추경으로 2.1%포인트 또 상승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로나19로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라 이 정도 수준의 추경 편성은 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국가채무 비율 40%라는 절대적 수치에 집착할 필요는 없지만, 그렇다 해서 속도가 빨라지게 놔둬도 된다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대응 환경을 감안해도 너무 빠르다”고 지적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단기간에 성장을 견인하고 건전재정을 회복할 수 있다면 3차 추경에 따른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은 충분히 감내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10%에 비해 상당히 양호하다는 점도 덧붙였다. 홍 부총리는 “국가채무 비율의 상승속도가 가파를 경우 문제가 될 수 있어, 정부가 장기 재정 전망을 엄격히 하거나 재정준칙을 마련하는 등 재정건전성에 각별한 노력을 하겠다”고 발혔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과거에) 논의하다가 결론짓지 못한 상황인데 재정준칙은 필요하다면 검토할 수 있다고 보지만, 현재로는 입법 계획은 갖고 있지 않다”며 이견을 보였다.
홍 부총리는 이날 연합뉴스TV에 출연해 “2분기는 1분기(-1.3%)보다 더 어려워 (성장률을) -2% 초반까지도 생각한다. 3, 4분기에는 플러스로 전환한다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이는 국내 코로나19 사태가 상반기에 진정되고 글로벌 상황은 하반기에 진정된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영준 기자, 박현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