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권 전매 제한’ 강화 전에… 뜨거워지는 청약시장

“전매제한 기간 소유권 등기때까지로” / 8월부터 수도권·광역시 대부분 규제 / 6월 전국서 6만6364가구 분양 예정 / 건설사 밀어내기에 2019년보다 2.6배 ↑ / 당국 “과열 억제… 실수요자에게 기회” / 일각 “아파트 단지 양극화 심화” 우려

정부의 분양권 규제를 피하기 위해 아파트 분양시장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오는 8월부터 정부가 수도권 대부분과 지방 광역시에 공급하는 아파트의 분양권 전매를 제한하겠다는 방침을 밝히면서 건설사들이 분양을 서두르는 모양새다. 규제 강화 전에 막차를 타려는 수요자들이 몰리면서 청약 열기도 뜨거워질 전망이다.

부산 부산진구 부암동 567번지 일대에 들어서는 ‘백양산 롯데캐슬 골드센트럴’ 조감도. 롯데건설 제공

3일 직방에 따르면, 이달 전국의 분양 예정 물량은 모두 71개 단지, 6만6364가구로 집계됐다. 지난해 6월 4만1076가구와 비교하면, 2.6배 뛴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초 계획됐던 분양 일정이 미뤄진 상황에서 건설사들이 규제 적용 전에 분양을 서두르면서 ‘밀어내기’ 물량이 쏟아진 영향이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8월부터 수도권 과밀억제권역과 성장관리권역, 지방 광역시 도시지역 민간택지에서 공급되는 아파트 전매행위 제한 기간을 기존 6개월에서 소유권 이전 등기 때까지로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지난달 11일 발표했다. 사실상 수도권의 모든 지역과 지방 광역시에서 분양권 전매가 막힌 셈이다. 게다가 다음달 29일부터는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까지 전면 시행되면서 건설사들이 분양 일정을 서두르게 됐다는 것이다.

연제구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의 조감도. 삼성물산 제공

이달 예정된 분양 물량 중 절반이 넘는 3만6388가구가 수도권에 몰려 있다. 인천 연수구 송도국제도시의 ‘힐스테이트 레이크 송도3차’, 경기 의정부 중앙3구역 재개발 등이 분양을 준비 중이다. 지방에서는 대구 서구 ‘서대구역 반도유보라 센텀’, 부산 남구 ‘대연 푸르지오 클라센트’, 경남 양산 ‘사송 더샵 데시앙2차’, 충북 청주 ‘오송역 파라곤 센트럴시티’ 등이 이달 중에 분양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분양권 전매가 막히면, 단기 시세차익을 노리고 뛰어드는 1순위 청약 신청자가 걸러지면서 청약 과열경쟁이 다소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도권과 지방 광역시 민간택지의 20대 1 이상 경쟁률을 기록한 단지에서는 당첨자 4명 중 1명꼴로 전매 제한 종료 후 6개월 이내 분양권을 판매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럼에도 청약 열기가 금방 수그러들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매 제한이 강화될 예정인 수도권과 광역시는 다른 지방 소도시에 비해 신축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훨씬 높은 편이다. 분양권 전매 제한이 시행되면 일시적으로 투기 수요를 누그러뜨릴 수는 있겠지만, 되레 수요자들에게 ‘나중에는 더 집 사기 어려워진다’는 메시지를 심어줄 수 있다. 결국 시간이 지날수록 인기 지역 위주로 수요가 몰리면서 아파트 단지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 랩장은 “분양권 전매를 막으면 과수요를 억제하고 실수요자의 당첨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신축 아파트에 대한 근본적인 수요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면서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는 신축 아파트 가격이 뛰는 반면 비인기 지역은 미분양 물량이 늘어나는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한국주택협회도 최근 정부의 분양권 전매 규제 강화 방침에 대해 “최근 심각한 지방 미분양에 대한 고려가 부족하다. 전매 제한 강화는 청약 과열의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고 다른 부동산 정책 영향력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제도 시행을 유예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