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전국민 기본소득" vs 박원순 "전국민 고용보험"…어떻게 다를까?

與 대권 잠룡 이 지사-박 시장, 코로나19 사태 존재감 경쟁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와
이재명 경기도지사. 경기도 제공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 보편적 복지 이슈인 '전국민 기본소득'을 주장해 온 가운데, 박원순 서울시장이 7일 '전국민 고용보험' 카드를 들고 나와 눈길을 끈다.

 

앞서 이재명 지사는 지난 5일 "증세나 재정건전성 훼손 없이 기본소득 얼마든지 가능하다"며 공개토론을 제안했다.

 

이 지사는 이튿날(6일)에도 "일시적 기본소득(재난지원금)의 놀라운 경제회복 효과가 증명되었음에도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고,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원순 시장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전국민 고용보험과 전국민 기본소득 중 어느 게 더 중요할까"라고 물은 뒤 "마땅히 더 큰 고통을 당하는 사람들에게 더 큰 지원과 도움을 줘야 한다. 그것이 정의와 평등에 맞는 조치"라고 맞섰다.

 

박 시장은 "국책연구기관인 산업연구원 보고서에 의하면, 코로나19로 인한 실직자의 82%가 고용보험 미가입자"라며 "반대로 대기업 노동자나 정규직 노동자들은 모두 4대 보험과 고용보험이 적용돼 끄떡없다"고 했다. '24조원'의 예산을 가정, 전국민 기본소득의 경우 월 5만원씩 지급하면 1년 기준으로 60만원을 지급할 수 있지만 전국민 고용보험의 경우 실직자에게 월 100만원씩 1년 기준 1200만원을 지급할 수 있다는 것.

 

박 시장은 끼니가 걱정되는 실직자와 월 1000만원 가까운 월급을 받는 대기업 정규직이 똑같이 매월 5만원을 지급받는 것이 더 정의로운지, 아니면 경제적 어려움에 처한 실직자에게 매월 100만원을 지급하는 것이 정의로운지 반문했다.

 

그러면서 "우리나라는 미국에 이어 가장 불평등한 나라로 꼽히고 있고 이대로 가면 이번 코로나19 이후 훨씬 더 불평등한 국가로 전락할까 두렵다"며 "전국민 기본소득보다 훨씬 더 정의로운 전국민 고용보험제가 전면 실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여권 대권 잠룡인 이 지사와 박 시장이 코로나19 사태에서 존재감 경쟁을 하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이들은 지난 2월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발 집단감염 때도 비슷한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박 시장이 이만희 신천지 총회장을 살인죄로 고발하고, 이 지사는 이 총회장의 코로나19 검사를 위해 경기 가평 '평화의 궁전'을 불시에 찾으면서 스포트라이트를 연달아 받은 것이다.

 

또 지난달 이태원 클럽발 집단감염 때 박 시장이 시내 모든 유흥시설에 대해 '집합금지 명령'이라는 칼을 빼들자 이 지사는 집합금지명령에 '대인접촉금지' 명령까지 덧붙이기도 했다.

 

현재까지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선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1년째 1위를 이어가는 가운데 이 지사 14.2%, 박 시장 2.3%로 나타나 앞으로도 경쟁이 치열할 것이란 전망이다(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편 이 지사는 6일 민주당이 '기본소득' 어젠다를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교사이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내주는 등 지난 2012년 대선의 패착을 다시 두고 있다는 날선 비판을 했다.

 

이 지사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올린 '기본소득에서 기초연금의 데자뷰가'라는 제목의 글에서 "정부와 민주당이 머뭇거리는 사이, 2012년 대선 당시 박 후보의 경제교사였던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대위원장이 기본소득을 치고 나왔고 어느새 기본소득은 미래통합당의 어젠다로 변해가고 있다"고 적었다.

 

이 지사는 "우리나라 최초의 부분적 기본소득은 2012년 대선에서 보수정당 박근혜 후보가 주장했다. 민주당도 노인기초연금을 구상했지만 포퓰리즘이라는 비난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선수를 뺏겼다"며 "65세 이상 노인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한다는 공약은 박빙의 대선에서 박 후보 승리요인 중 하나였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포퓰리즘 공격 때문에 망설이는 사이, 표퓰리즘 공격을 능사로 하며 포퓰리즘 공격에 내성을 가진 미래통합당이 기본소득을 그들의 주요 어젠다로 만들어가고 있다"며 "2012 대선의 기초연금 공방이 똑같은 사람에 의해 10년 후 대선의 기본소득에서 재판될 것 같은 생각이 든다"고 우려했다.

 

이 지사는 "국민과 나라를 위해 필요하고 좋은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아 비난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지만 부당한 포퓰리즘 몰이에 굴복하는 것도 문제"라며 "필요하고 가능한 정책을 포퓰리즘으로 몰거나 포퓰리즘몰이가 두려워할 일을 포기하는 것이 진짜 포퓰리즘"이라고 주장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