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위기’ 읍소… 이재용 ‘운명의 날’… 2년4개월 만에 구속 기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굳은 표정으로 영장심사 출석 /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 구속 여부는 늦은 밤이나 다음날 새벽 나올 듯 / 검찰, 지난 4일 불법 경영 승계 의혹 등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 삼성, 7일 이례적 호소문 발표 “코로나19 속 위기” / 빅데이터 조사 결과, 국민 60%가 “선처해야”

 

이재용(사진) 삼성전자 부회장이 또다시 구속 갈림길에 섰다.

 

이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의혹 관련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8일 오전 법원에 출석했다. 그는 지난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으로 구속돼 1년간 수감생활을 하다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2년4개월 만이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10시2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청사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취재진의 쏟아지는 질문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한 채 다소 긴장한 표정으로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 여부는 이르면 이날 밤이나 다음날 새벽 나올 전망이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및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을 1년 8개월간 수사해온 검찰이 4일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부(이복현 부장검사)는 지난 4일 이 부회장과 최지성(69) 옛 삼성 미래전략실장(부회장), 김종중(64) 옛 미전실 전략팀장(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은 이들에게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및 시세조종, 주식회사의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김 전 사장에게는 위증 혐의가 추가됐다.

 

검찰은 2015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건부터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에 이르는 일련의 과정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부당 승계를 위해 진행된 것으로 봤다.

 

검찰은 2015년 5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지분이 높은 제일모직의 가치는 부풀리고 삼성물산의 주가는 떨어뜨리는 방식으로 합병 비율을 정당화했다는 의혹에 대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두 기업 합병 과정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도 이뤄졌다고 의심하고 있다.

 

불법 경영 승계 의혹을 받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8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삼성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건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고,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이 부회장은 지난주 두 차례에 걸쳐 검찰에 출석해 각각 17시간이 넘는 고강도 조사를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이 부회장은 “(합병과 관련해) 보고받거나 지시한 사실이 전혀 없다”라며 혐의를 전면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회장과 김 전 사장 등은 지난 2일 검찰의 기소 타당성을 검찰 수사심의위원회에서 판단해달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심의위 소집을 신청한 바 있다. 그러나 만약 법원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하게 되면 사실상 수사심의위 소집은 불가능해진다.

 

◇“삼성이 위기입니다” 영장심사 전날 이례적으로 호소문 발표

 

삼성은 영장심사를 하루 앞둔 7일 이례적으로 ‘호소문’을 발표했다.

 

삼성은 ‘언론인 여러분에게 간곡히 호소합니다’는 제목의 호소문에서 “삼성이 위기입니다”라며 “이 위기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삼성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은 관련 법 규정과 절차에 따라 적법하게 진행됐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회계처리 역시 국제회계기준에 맞게 처리됐다”면서 “합병 성사를 위해 시세를 조종했다는 보도 역시 사실에 기반을 두지 않은 것”이라고 재차 주장했다.

 

 

최근 장기화하고 있는 코로나19 확산 사태와 관련해서도 삼성은 “우리 경제는 한 치 앞을 전망할 수 없는 상황이며, 오랜 검찰 수사로 삼성의 정상적인 경영은 위축돼 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위기는 삼성으로서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를 극복하려면 무엇보다 경영이 정상화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지막으로 삼성은 “한국경제 위기를 극복하는 데에도 최대의 노력을 기울일 것이며 삼성이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길 바란다. 삼성 경영이 정상화돼 한국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매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길 바란다”라며 글을 맺었다.

 

한편,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는 이날 지난 3일부터 7일 오후 10시30분까지 5일간 이 부회장에 대한 빅데이터 분석 결과, 국민의 60%가 선처를 바라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연구소 측은 “이 부회장에 대한 검찰의 구속영장 청구에 대해 국민은 ‘불관용’보다는 내심 ‘선처’를 더 바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전했다. 분석대상 채널은 누리꾼이 자신의 의견을 직간접으로 게재한 커뮤니티·블로그·카페·유튜브·트위터·인스타그램·페이스북·카카오스토리·지식인·기업/조직/정부/공공 등 모두 11개다.

 

연구소는 뉴스 채널의 경우, 언론사 기사로 국민의 직접적인 여론과는 관련이 없다고 판단해 조사에서 제외했다고 밝혔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