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오는 11월 대선의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에게 맹공을 퍼붓고 대선과 함께 치러지는 상·하원 및 주지사 선거의 공화당 후보 10여명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백인 경찰의 가혹행위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데 대한 규탄 시위가 평화시위로 정착하자 수도 워싱턴에 투입한 주방위군 병력 철수 명령을 내리고 ‘선거 모드’로 전환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내가 3년 동안 거짓과 불법조사, 러시아, 러시아, 러시아, 그리고 탄핵 조작으로 괴롭힘 당하지 않았다면 ‘슬리피 조’와 아무것도 하지 않은 민주당에 25포인트는 앞섰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초기 대응 실패와 플로이드 시위에 대한 강경 진압 논란 등으로 지지율이 하락한 데 대한 반응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및 플로이드 시위 국면에서 리더십 부재로 공화당 거물들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등을 돌리고 있다고 전했다.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밋 롬니 상원의원, 콜린 파월 전 국무장관, 작고한 전쟁영웅 존 매케인 상원의원 부인인 신디 매케인 등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거나 유보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최근 일주일간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세 차례나 50%대 지지율을 달성하며 대선을 향해 순항중이다. ABC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조사에서 53%(트럼프 43%), 몬머스대 조사에서 52%(트럼프 41%), NPR와 PBS방송 조사에서 50%(트럼프 43%)로 나타났다. CNN은 “그는 현재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다”면서 4년 전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한 번도 달성하지 못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바이든 유권자가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트럼프의 재선이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공개된 입소스의 온라인 여론조사 결과, 공화당원 응답자의 46%만 ‘미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답했다. ‘국가가 잘못된 방향으로 굴러가고 있다’는 응답자는 37%였고, 이 가운데 17%는 ‘지금 선거가 열린다면 바이든을 뽑겠다’고 답했다.
이날 13일째에 접어든 플로이드 시위는 뉴욕, 워싱턴 등 대도시와 중소도시 가릴 것 없이 평화적인 분위기에서 열렸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철수 명령과 관련해 11개 주에서 차출된 3900명, 워싱턴을 기반으로 하는 1200명 등 5000명가량의 주방위군이 수도 지역에 배치됐었다고 전했다. 윌리엄 바 법무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시위를 진압하려고 연방군 1만명을 투입하려 했다’는 보도는 사실과 다르다고 부인했다.
플로이드 추도식은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8일 열리고, 9일 비공개 장례식이 거행된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추도식 전 휴스턴을 방문해 유가족을 위로하고, 장례식에 영상 추도 메시지를 보낼 예정이라고 미 언론이 전했다. 플로이드가 사망한 미니애폴리스의 경찰청은 시 의회가 폐쇄 조례안을 가결하면서 폐쇄 위기를 맞았다.
워싱턴=정재영·국기연 특파원sisleyj@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