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 논쟁에 이낙연도 가세… 차기 대선 경쟁 첫 관문 되나

SNS에 “제도 취지 이해한다 / 개념 등 논의 이뤄지길” 밝혀 / 이재명·박원순 등 대권주자 / 입장 밝히며 이슈 선점 경쟁 / 여론은 찬성 48%, 반대 42%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8일 ‘기본소득제’ 논의에 뛰어들었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코로나19국난극복위원장이 8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허정호 선임기자

이 위원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기본소득제의 취지를 이해한다. 그에 관한 찬반 논의도 환영한다”며 “다만 기본소득제의 개념은 무엇인지, 우리가 추진해 온 복지체제를 대체하자는 것인지 보완하자는 것인지, 그 재원 확보 방안과 지속가능한 실천 방안은 무엇인지 등의 논의와 점검이 이루어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근 정치권에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놓고 찬반 의견이 오가는 가운데 여당의 유력 대선 주자인 이 위원장까지 가세하면서 기본소득 문제는 차기 대선의 주요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본소득제는 이 위원장을 제외한 다른 차기 대선 주자들이 자신의 입장을 드러내면서 논의에 불이 붙었다. 기본소득은 재산·소득·고용 여부에 관계없이 정부가 모든 국민에게 일정 금액을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돈이다. 인공지능 기술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한 대량 실업 사태에 대비한 제도로, 핀란드 등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기본소득을 실험적으로 도입했다.



특히 기본소득은 이 위원장과 차기 대권 주자를 놓고 자웅을 겨룰 이재명 경기지사가 선점한 의제여서 관심을 모은다. 이 지사는 성남시장이던 2016년 기본소득 개념을 반영한 청년배당 정책을 도입하면서 전국 이슈로 부각시켰다. 총선을 앞두고는 시대전환 이원재 공동대표가 기본소득 도입을 정책 공약으로 제시했다. 이어 최근 코로나19 여파로 소비 둔화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전국민 재난기본소득을 시범 실시하면서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

 

이 지사는 최근에도 “기본소득 도입은 불가피하다. 가능한 범위부터 우선 도입해 점차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 내 다른 차기 주자들은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기본소득 도입보다는 ‘전국민 고용보험’이 우선이다”라고 각을 세웠다. 이에 이 공동대표는 “고용보험은 기본적으로 취업자와 고용주가 낸 보험료를 실업자에게 지급하는 것이고, 기본소득은 세금 징수나 국채 발행을 통해 만든 예산으로 정부가 모든 사람에게 지급하는 것”이라며 “박 시장에게는 뭔가 잘못된 정보가 입력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여권 내부에서 오가던 기본소득 문제는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이슈 논쟁에 참여하면서 정치권 전반의 논의로 확산했다. 김 위원장은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기본소득을 언급하는 등 일찍부터 관심을 보여 왔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일 ‘빵 먹을 자유’를 거론하면서 기본소득제 도입을 공론화했다. 이튿날에는 “기본소득 문제를 근본적으로 검토할 시기”라며 정치권 논의를 공식 제안했다.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출근길 시민들이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도 지난 4일 “정부의 가용 복지자원이 어려운 계층에 우선 배분돼야 한다는 개념에 따라 한국형 기본소득 도입 방안을 집중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한편 리얼미터가 YTN 의뢰로 지난 5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기본소득제 도입에 대한 입장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8.6%가 찬성, 42.8%가 반대했다. 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4.4%포인트다.

 

최형창 기자 calling@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