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출범 ‘산 넘어 산’
공수처가 첫발을 떼기 위해서는 국회법과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되고,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규칙이 만들어져야 한다. 공수처법이 지난해 말 국회를 통과했지만, 공수처장 임명을 위해선 후보추천위 추천과 국회 인사청문회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후속 입법 없이 공수처 출범은 불가능하다.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1대 국회 시작 직후 ‘국회법 일부개정안’, ‘인사청문회법 일부개정안’,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운영 등에 관한 규칙안’을 발의했다. 민주당은 공수처를 7월 안에 출범시키겠다고 한다. 하지만 통합당은 “공수처법에서 검찰 수사의 이첩 권한 같은 독소조항을 빼야 후속 법안 처리를 논의할 수 있다”고 맞섰다. 후속 입법 과정은 여야 간 기싸움 양상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7월 출범은 어려울 듯
◆‘공수처=만병통치약’ 與 인식 문제
공수처에 대한 여권의 기대는 매우 크다. 문희상 전 국회의장이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세 분 대통령의 한결같은 꿈이 검찰개혁, 공수처 설치였다”고 말할 정도다. 문제는 공수처 출범 이전부터 여권 인사들이 ‘1호 수사 대상’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한명숙 전 총리 수사팀을 지목해 국민을 불편하게 하고 있는 점이다.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는 수차례 “윤 총장 부부가 공수처 수사 대상 1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조국 전 민정수석을 강도 높게 수사한 검찰 수사팀을 손보겠다고도 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은 한 전 총리 사건의 재심 필요성을 언급하며 “검찰의 제식구 감싸기식 사건이 공수처의 수사 대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여권이 공수처를 만병통치약으로 생각하는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통합당 “정권이 공수처 악용 우려”
통합당은 “공수처가 정권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할 수 있다”며 야당 탄압의 도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법원 확정판결까지 난 한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사건을 공수처 1호 사건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은 야당 우려에 기름을 끼얹었다. 법조계에서는 대검찰청 감찰 라인 일각에서 공수처 출범 후 이첩할 검사 비위 관련 첩보를 수집·가공 중이란 얘기가 흘러 나온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여당 인사들이 벌써부터 정권의 입맛에 맞는 수사를 요구하는 건 큰 문제”라며 “검찰개혁이란 명분을 스스로 허물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치적 중립 실천 의지가 핵심
공수처는 전 세계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특수한 제도다. 정치적 중립성을 유지하며 독립기관으로서의 위상을 지킬 수 있느냐에 성패가 달렸다. 초대 공수처장의 요건으로 ‘정치적 독립성’이 가장 중시되는 이유다. 이찬희 변협 회장은 “권력에 휘둘려왔던 검찰을 개혁한다는 목적에서 공수처가 도입됐지만 오히려 가장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는 조직”이라며 “수사능력이나 정의감도 중요하지만 정치적 독립성에 대한 강한 신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채희창 수석논설위원 cjorda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