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9일 남측과의 모든 연락선을 차단하고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은 1차적으로 남북관계의 단절을 의미하지만, 남북관계의 성격을 뒤바꾸는 것인 만큼 향후 비핵화 협상에도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남북이 북한의 평창 동계올림픽 참가를 계기로 대화에 물꼬를 텄던 2018년 1월 이전으로 모든 상황이 회귀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한·미가 이를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각종 남북 통신선의 복구 혹은 신설은 모두 2018년 4월 판문점선언의 큰 축인 ‘남북관계 복원’을 위한 상징성을 갖고 마련된 조치들이다. 판문점선언의 다른 한 축은 ‘핵 없는 한반도’로, 6월 북·미 싱가포르 협상은 판문점선언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분석이 많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북한의 통신선 단절 통보에 대한 질문을 받고 “미측과는 상시 긴밀히 소통하고 있다”며 “관련 국하고도 필요에 따라 소통을 해왔고 해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소통 상황은 설명하지 않았다. 북·미 간 소통이 거의 끊긴 것으로 알려진 데다 이날 북한이 대남관계를 적대관계로 규정한 만큼 향후 중국이 대북 문제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미국은 코로나19, 대선 등 국내 현안이 많아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다소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번 사태는 지금까지 북한의 대남 비난과 달리 관계 자체의 성격 변화를 의미하는 만큼 외교당국뿐만 아니라 청와대 등에서 한·미 간 면밀한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주형 기자 jh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