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6월9일 군사정권에 항거하는 시위 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맞아 숨진 고(故) 이한열 열사의 추모식이 9일 모교인 연세대의 서울 신촌 캠퍼스 ‘한열동산’에서 열렸다.
이한열기념사업회 주최로 열린 이날 추모식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소수의 관계자와 내빈, 취재진만 참석했다.
서길수 연세대 경영대학장은 추모사에서 “이 열사를 떠올리며 오늘날의 청년을 생각한다”며 “1980년대의 청년 이한열이 그랬듯, 2020년 이 시대의 청년도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가야 한다는 명제를 실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역사 속 인물로 남아있는 이한열이 아니라, 지금의 청년들 곁에서 함께 살아 숨 쉬는 이한열이 되기를 기도한다”고 말했다.
강성구 이한열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 자리에서 “우리나라는 민주주의와 인권이라는 가치를 바탕으로 생명을 지켜냈다”며 “포스트 코로나의 과제 역시 아름다운 청년 이한열 정신의 바탕 위에 풀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지섭 연세대 이한열추모기획단장(총학생회 부회장)은 “오늘의 이 평온한 일상이 결코 공짜로 얻은 것이 아님을 알기에 우리 모두 여기에 왔다”며 “이한열은 과거의 사람도, 지난날의 흔적도 아니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추모식에서는 ‘한열이를 살려내라’는 제목의 동상 제막식도 열렸다.
사업회 측은 이 동상과 관련, “이한열이 어두운 시대의 별과 같이 빛났던, 이제는 별처럼 빛나는 존재가 됐다는 것을 상징한다”고 설명했다.
◆민갑룡 “참회합니다”
이날 행사에는 민갑룡 경찰청장도 참석했다.
민 청장은 이 열사의 어머니 배은심 여사에게 “너무 늦었습니다”라며 “저희도 참회합니다”라며 경찰을 대표해 사과했다.
아울러 “저희가 죄스러움을 뭐라 말로 표현할 수 없다”며 “어머니께서 이렇게 마음을 풀어 주시니 저희가 마음 깊이 새기고 더 성찰하면서 더 좋은 경찰이 되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경찰청장이 이한열 열사 유족을 직접 만나 사과의 뜻을 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열사는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 중이던 1987년 6월9일 이 대학에서 열린 시위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발사한 최루탄을 머리에 맞고 쓰러진 뒤 같은해 7월5일 병원에서 숨졌다.
이동준 기자 blondi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