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 조사를 위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던 중 강원도 산골에서 멸종위기 곤충인 뚱보주름메뚜기를 어렵게 만난 적이 있다. 순간 글쓴이의 기억은 금방 초등학교 시절로 돌아갔다. 어디서 보았는지 구체적인 장소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것이 작은 날개에 커다란 몸통, 두꺼비처럼 느릿느릿 걷는지 뛰는지 모를 움직임은 처음 본 사람이라도 기억하기에 충분한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연구를 위해 우리나라에 안 다닌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강원도 영월에서야 겨우 뚱보주름메뚜기를 발견한 이유는 무엇일까?
뚱보주름메뚜기는 1888년 극동러시아 아무르 지방에서 신종으로 기재되었고 한국에는 1970년 북한 평양에서 처음 보고되었다. 7∼9월에 왕성한 다른 메뚜기들에 비해 이른 시기인 4∼6월이 활동기이다. 1970∼1980년대에 주로 도시 근교 산에서 채집한 표본들이 많은 것을 보면, 뚱보주름메뚜기는 분명 전국 평지 야산이나 무덤가에 살던 보통 메뚜기였던 것 같다. 그런데 어떠한 환경 변화, 아마도 도시개발의 영향으로 삶터에서 밀려나 우리 곁에서 사라진 것이 아닐까? 흔적뿐인 짧은 날개와 느린 동작은 새로운 서식처를 찾아 이동하기에 불리해 원래 서식처가 파괴되면 그 자리에서 사라질 뿐이다. 이들이 선호하는 구릉지와 야산은 도시개발로 점점 줄어들고 있어 집단적으로 없어지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