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최저임금 심의가 11일 시작됐다. 노동계와 경영계는 심의 초반부터 선명한 입장 차이를 보이며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최저임금을 심의·의결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최저임금위원회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개최했다. 위원들은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의 가장 중요한 변수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박준식 위원장은 모두발언에서 코로나19 사태를 ‘전무후무한 상황’으로 규정하고 “이런 상황에서 내년도 최저임금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정하는가에 대한 모든 이해관계자와 당사자의 지혜와 노력이 지금보다 중요했던 적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근로자위원인 이동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로)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한 고리인 알바, 플랫폼 노동자, 하청, 비정규직 등 취약계층 노동자에게 피해가 집중되고 있다”며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고 지키는 안전망인 최저임금의 역할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사무총장은 “올해도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돼 최저임금이 올라도 실제 인상 효과는 그 절반도 되지 않는다”며 최저임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릴 필요성을 제기했다.
2018년 개정된 최저임금법에 따라 최저임금 산입 범위에 들어가는 정기 상여금과 복리후생비는 해마다 단계적으로 확대돼 2024년에는 전액이 산입 범위에 포함된다. 최저임금 산입 범위가 확대되면 사용자는 실제 임금을 그만큼 덜 올려주고도 최저임금 위반을 면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사용자위원인 류기정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전무는 근로자 측과 상충하는 입장을 보였다. 류 전무는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을 마이너스로 본 국제통화기금(IMF) 등의 전망을 거론하며 “예상치 못한 코로나19 사태로 많은 기업이 생존 기로에 서있고 고용 상황도 악화일로에 있는 것 같다”면서 “특히 중소·영세 사업장이나 소상공인이 지난 3년간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으로 많은 경영난을 겪었는데 코로나19 사태로 치명타를 맞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합리적 결정’을 강조했다.
최저임금위는 근로자위원, 사용자위원, 공익위원 9명씩 모두 27명으로 구성된다. 이날 전원회의에는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추천 근로자위원 4명이 다른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했다.
박유빈 기자 yb@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