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지도부가 원구성 의결을 위한 본회의를 하루 앞두고 11일 수차례 회동을 했지만 평행 대치만 이어갔다. 박병석 국회의장이 이날 “어떠한 경우가 있어도 내일(12일) 본회의를 예정대로 진행하겠다”고 밝히면서 원구성의 최종 권한을 지닌 박 의장이 결정을 내릴 것으로 보인다.
박 의장은 이날 국회의장실에서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미래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와 각 당 원내수석부대표, 대변인을 불러 협상을 주재했다. 박 의장은 “몇 차례 대화한 것을 종합해 보면 (양당은) 한 치의 양보가 없다. 이제 양당을 모두 만족할 수 있는 결과는 도출할 수 없을 것”이라면서도 “오늘 각 당이 양보할 수 있는 안을 내고 합의에 이를 것을 당부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어떤 경우가 있어도 내일 본회의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을 분명하게 말한다”고 강조했다.
12일 본회의에서 성과를 내려면 양당이 그 전까지 합의안을 도출하거나 의장이 한쪽에 힘을 실어주며 강행해야 한다.
여야 지도부는 의장 주재 공식 회동 외에도 이날 비공개 만남을 이어갔다. 하지만 민주당은 코로나19가 촉발한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힘있게 일을 하려면 예산(예산결산특별위원장)과 법률(법사위원장) 권한을 모두 가져와야 한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홍정민 원내대변인은 이날 “(통합당에) 소위 좋은 상임위를 양보할 의지가 있다”고 밝혔지만 법사위를 양보 가능한 상임위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민주당 ‘일하는 국회 추진단’은 이날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권을 폐지한 뒤 사법위원회로 개편하는 내용의 개혁 방안을 내놨다. 법사위 기능을 축소하자는 것이다. 또 법안 안건 설정을 원내대표 간 합의에 맡기던 관행에서 벗어나 발의 순서대로 심사하는 ‘선입선출 법안처리 원칙’을 도입하자고 제안했다.
하지만 통합당도 거대여당의 견제장치인 법사위원장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서며 상임위원장 협상이 끝나기 전에는 상임위 명단을 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로 인해 박 의장의 부담도 커졌다. 양당이 끝내 대치하면 지난해 문희상 전 국회의장처럼 결국 한쪽의 손을 들어줘야 할 수밖에 없다. 의장실 관계자는 “여야가 협의로 풀어야 할 부분을 의장에게 공을 돌리고 있어 난처하다”며 “한쪽 손을 들어주거나 결단을 미루는 것 모두 부담이 크다”고 말했다.
국회법 48조는 교섭단체 대표의원의 상임위원 요청이 없으면 의장이 선임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의장이 강제로 상임위별로 의원을 배정할 수 있는 것이다. 의장 고유의 권한이지만 정치적 부담이 막대해 실제로 행사할 가능성은 작다. 아니면 민주당 요구대로 일부 상임위원장 선임 안건을 12일 본회의에서 상정해 표결에 부칠 수도 있지만 여당 편을 들어주는 부담을 져야 한다. 통합당의 주장대로 협상기간을 늘릴 경우에는 입법 공백 장기화라는 비판을 떠안아야 한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