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마지막 팬데믹’이 아니다.”
11일(현지시간) BBC방송에 따르면 영국 리버풀대학의 매튜 베이리스 교수는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베이리스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우리는 총 6번의 위험한 상황을 겪었다. 사스와 메르스, 에볼라, 조류 독감, 그리고 돼지 독감”이라면서 “이 다섯 총알을 우리는 가까스로 피했지만, 여섯 번째 총알에 맞고 말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는 우리가 마주할 마지막 팬데믹이 아니다”라며 “그렇기에 우리는 야생동물 질병에 더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리버풀대학 소속의 과학자들은 앞으로 새로 창궐할 질병에 대비할 방법을 찾고 있다. 이들은 야생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질병이 옮겨오고, 또 그 질병이 전 세계에 빠른 속도로 퍼질 수 있는 ‘완벽한 환경’을 인류가 만들었다고 경고했다. 인간이 자연을 침략하는 과정이 계속됐기 때문이다. 리버풀대 연구진은 모든 야생동물 질병 데이터베이스를 조사할 수 있는 패턴 인식 시스템을 통해 단서를 찾고, 인간에게 위협이 될 수 있는 바이러스를 선제적으로 집중 연구할 계획이다.
세계 과학자들은 산림과 야생동물 서식지 파괴 등 생태계에 대한 위협이 동물에게서 인간으로 질병을 옮길 가능성을 높인다는 것에 동의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의 게이트 존스 교수는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생물 다양성이 낮은 농경 또는 대규모 농작 환경이 인간의 감염 가능성 증가와 관련이 있다고 볼 수 있는 증거가 존재한다”며 “모든 질병이 그렇다는 것은 아니지만 인간이 일으키는 소동에 저항력이 가장 큰 종들, 예를 들면 일부 설치류들이 대체로 가장 효과적인 병원균들의 매개체가 되곤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기 때문에 종 다양성의 감소는 인간과 야생동물의 위험한 접촉과 이를 통한 바이러스, 박테리아, 기생충 등의 인간 전파가 가능한 환경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니파 바이러스 전파는 좋은 예 중 하나다. 1999년 말레이시아에서 처음 발생한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은 과일박쥐가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대형 돼지 농장에 바이러스를 옮기면서 시작됐다. 야생 과일박쥐는 과일나무에 달린 과일들을 먹는데, 땅에 떨어진 이 과일들을 돼지가 먹으면서 과일에 묻어있던 박쥐의 침에 의해 돼지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기 시작한 것이다.
감염된 돼지들 가까이에서 일하던 250명 이상의 일꾼들이 바이러스에 감염됐고, 이 중 1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니파 바이러스의 감염된 사람의 사망률은 45~75%에 육박했다. 리버풀대학과 나이로비에 있는 국제 축산연구 기관의 에릭 페브레 교수는 연구진들이 이처럼 질병 발병 위협이 높은 지역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숲의 가장자리에 있는 농장, 동물을 사고파는 시장 등은 인간과 야생동물 사이의 경계가 무너지는 곳이자 질병이 시작되기 가장 쉬운 곳이라는 설명이다.
페브레 교수는 “우리는 이런 접점들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특정 지역에서의 갑작스러운 질병 발발 등 이상 현상이 발견되면 즉시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일 년에 약 서너 번 정도 인류에게 새로운 질병이 나타나는데, 이런 현상은 아프리카나 아시아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고 유럽이나 미국에서도 나타난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의 위기가 많은 사람에게 인간이 자연에 끼치는 영향과 그 결과에 대해 깨달을 기회를 준다”고 덧붙였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