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내기엔 불쌍” 부친 읍소가 손정우 송환 막을까

법원, 16일 범죄인 인도심사 2차 심문기일 진행

세계최대 아동·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24)씨에 대한 미국 송환 여부가 이틀 앞으로 다가옴에 따라 법원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주목된다. 법원에 탄원서 등을 제출한 손씨의 아버지는 “죄는 위중하지만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이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세계 최대의 아동 성착취물 사이트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의 아버지가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고법에서 열린 손씨의 미국 송환을 결정하는 범죄인 인도심사 심문 방청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며 취재진 질문을 받고 있다. 뉴시스

법조계에선 국내에서 1년6개월형을 모두 마친 손씨가 미국으로 보내지면 성착취 혐의를 제외하더라도 징역 10~20년의 중형을 받으리란 예상이 나온다.

 

14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형사20부(부장판사 강영수)는 오는 16일 오전 10시 손씨에 대한 범죄인 인도 심사 청구와 관련한 2차 심문기일을 진행한다.

 

재판부는 이날 손씨 부친이 아들을 고발한 건과 관련해 기소할 계획이 있는지에 대해 검찰 측 의견을 듣고, 손씨를 직접 소환해 입장을 들은 뒤 곧바로 송환 여부에 대해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앞서 재판부는 지난달 19일 손씨에 대한 1차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서울구치소에 수감 중인 손씨는 당시 직접 법정에 출석하지는 않았다. 대신 손씨의 부친만 법정에 모습을 드러냈다.

 

재판부는 당시 “손씨 부친이 형사고발한 사건은 절차가 어떻게 진행되느냐”며 검찰에 의견을 물었다. 검찰은 “서울중앙지검에 배당돼 검토 중이나 이 사건 수사는 기소가 되지 않는 한 어떤 거절 사유에도 해당할 수 없다”며 “수사를 할지 여부도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폐쇄된 손정우씨가 운영한 다크웹 ‘웰컴투비디오’ 홈페이지

앞서 손씨 아버지는 지난달 11일 서울중앙지검에 손씨를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혐의 등으로 고소했다. 아버지 손씨의 이 같은 행동은 아들의 미국 송환을 막으려는 의도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범죄인 인도법 7조에 따르면 인도범죄(인도심사 대상 범죄)에 관해 대한민국 법원에서 재판이 계속 중이거나 재판이 확정된 경우 ‘인도 거절’ 사유가 되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검찰이 해당 형사고발 사건을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고 밝힘에 따라 인도 거절 사유로 적용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판단이다.

 

한편 첫 기일 당시 법정에서 심문을 참관한 손씨 부친은 법정을 나서면서 “죄는 위중하지만 미국으로 인도되는 것이 아비로서는 불쌍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4일 올린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아들이) 용돈을 벌어보고자 시작한 것이었고, 나중에는 큰 집으로 이사를 하려고 돈을 모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게 됐다”며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아들이 범행을 저지르게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래 천성이 악한 아이는 아니고 강도·살인, 강간미수 등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다”라며 “선처를 해달라는 것이 아니라 여죄를 한국에서 형을 받게 하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웰컴투비디오(W2V)’ 운영자 손정우씨 아버지가 올린 국민청원 글. 현재 비난 여론에 삭제된 상태이다. 청와대 국민청원 캡처

손씨는 지난 2015년 7월부터 약 2년8개월간 다크웹을 운영하면서 4000여명에게 아동·청소년 성착취물을 제공하고, 그 대가로 4억원 상당의 가상화폐를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법원은 지난해 5월 손씨의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음란물 제작·배포) 등 혐의에 대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했다.

 

손씨는 국내에서 형기를 모두 채웠지만 출소 예정일인 지난 4월27일 인도구속영장이 발부돼 다시 구속됐다.

 

앞서 미국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받은 법무부는 손씨의 범죄혐의 중 국내 법원의 유죄 판결과 중복되지 않는 ‘국제자금세탁’ 부분에 대해 인도 절차를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미국 연방대배심은 2018년 8월 손씨를 아동 음란물 배포 등 6개 죄명 및 9개 혐의로 기소했다.

 

나진희 기자 naji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