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길의 복병 ‘급성심장질환’… 원인 및 주의할 점은

최근 5년간 국립공원 내 사망사고 / 절반 이상이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 / 남성, 여성보다 확률 15∼20배 높아 / 격렬한 움직임에 혈관 수축·혈압 상승 / 심근경색 같은 급성질환 유발 가능성 ↑ / 평소 규칙적 운동으로 몸 단련 바람직

흔히 단풍으로 붉게 물드는 가을을 등산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늦봄과 초여름 또한 등산하기 좋은 시기다. 가지마다 녹음이 우거지고, 바람에 몸을 움츠렸던 새들은 기지개를 켜며 노래한다. 아카시아 등 다양한 꽃들이 한껏 향내를 뿜어낸다.

그러다 보니 5∼7월 산은 등산객으로 가득하다. 문제는 등산객이 늘어나면서 다치는 환자 또한 증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사망에 이르는 사고도 발생하는데, 움츠렸던 몸을 갑자기 움직여 생기는 사고가 작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다.

등산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망 사고는 심정지로 인한 돌연사다. 의료계에서는 등산 전에 꾸준한 운동으로 몸을 단련하고, 등산할 때는 충분한 휴식을 취해 급작스러운 심정지가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게티이미지 제공

14일 국립공원공단에 따르면 최근 5년간 국립공원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는 83건이다. 2015년 22건, 2016년 14건, 2017년 18건, 2018년 16건, 지난해 13건이었다. 이 가운데 심정지로 발생한 돌연사가 46건(55.4%)으로 가장 많았다. 2위 추락사(22건)와 비교하면 2배가 넘는 수치다. 심정지 돌연사는 2015년 11건, 2016년 9건, 2017년 11건, 2018년 9건, 지난해 6건이 발생했다.



강동경희대병원 심장혈관내과 박창범 교수는 “등산을 하다가 심장질환과 같은 이유로 급사할 확률은 나이에 비례해 증가한다”며 “고령일수록 사망 확률이 높고, 남성은 여성보다 15∼20배 높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등산 중 심정지는 왜 생기고, 얼마나 위험한 것일까. 심장이 멈추면 신선한 산소와 영양분을 가지고 있는 혈액 공급이 중단되고, 그 결과 사망에 이른다. 심장이 멈추는 것은 심장에 혈액을 공급해주는 혈관, 관상동맥과 연관이 있다. 관상동맥이 좁아지거나 막히면 심장근육에 혈액이 충분하게 전달되지 못하고, 이는 곧 심정지로 이어진다. 관상동맥질환, 즉 허혈성 심장질환이다.

등산은 체온보다 추운 환경에서 진행되는 강도 높은 활동이다. 특히 높은 고도에서 낮은 산소 농도와 함께 많은 신체활동으로 탈수 증상이 쉽게 발생한다. 이로 인해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고 맥박 증가, 혈관 수축, 혈압 상승 등 신체 변화가 발생해 심장 운동량이 증가한다. 심장 운동량 증가는 허혈성 심장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흉통 증상을 유발한다. 심장병을 가지지 않은 사람도 산속의 낮은 온도에 지속해서 노출되고 운동으로 인한 과다호흡이 발생하면 심장혈관을 수축시키고 혈소판 기능이 활성화돼 급성 심근경색과 같은 급성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박 교수는 “대부분의 심정지 사고는 늦은 아침에 많이 발생한다”며 “아침에 등산을 대부분 하다 보니, 갑작스러운 운동량 증가와 탈수 등으로 교감신경계가 활성화되는 늦은 아침에 급성 허혈성 심장질환이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허혈성 심장질환이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등산과 같은 격렬한 운동을 간헐적으로 하는 건 좋지 않다. 평소 일주일에 3∼4회 이상 규칙적으로 유산소 운동을 해 몸을 단련하고 적응한 상태에서 등산을 즐기는 것이 좋다. 또 남들과 보조를 맞추기 위해 빨리 오르는 것보다는 본인 스스로 강도와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휴식을 충분히 하고 천천히 등산해야 한다. 등산할 때 물을 틈틈이 마시고, 초콜릿이나 에너지바 등으로 칼로리를 보충해야 한다.

 

이복진 기자 bo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