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가 과거의 대결국면으로 돌아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남한과의 ‘결별’을 선언하며 군사행동을 예고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공개적으로 대남 군사행동을 시사해 북한군의 무력시위가 임박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는 심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고 대책을 논의했으며 국방부는 “우리 군은 모든 상황에 대비해 확고한 군사대비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부부장은 지난 13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말귀가 무딘 것들이 혹여 ‘협박용’이라고 오산하거나 나름대로 우리의 의중을 평하며 횡설수설해댈 수 있는 이런 담화를 발표하기보다는 이제는 연속적인 행동으로 보복해야 한다”며 “확실하게 남조선 것들과 결별할 때가 된 듯하다”고 주장했다.
김 부부장은 담화에서 “멀지 않아 쓸모없는 북남공동연락사무소가 형체도 없이 무너지는 비참한 광경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남조선당국이 궁금해할 그다음의 우리의 계획에 대해서도 이 기회에 암시한다면 다음번 대적행동의 행사권은 우리 군대 총참모부에 넘겨주려고 한다”고 밝혀 최종적으로는 군사행동에 나설 것임을 내비쳤다. 북한 인민군 총참모부는 남측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조직으로 북한의 모든 군사작전을 지휘하는 군령권을 행사한다.
김 부부장은 지난 4일 담화를 통해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문제 삼아 개성공단 완전 철거,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폐쇄,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언급했다. 이에 따라 북한이 연락사무소 건물을 허물고 군사적 도발을 일으켜 9·19 군사합의를 파기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북한이 대남 군사행동을 예고하면서 대북전단 살포 금지·엄벌 추진 등으로 북한 달래기에 주력하던 정부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14일 새벽에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주재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 긴급 화상회의를 개최했다. 강민석 대변인은 “현재의 한반도 상황과 대책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는 “현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으며 북한군의 동향을 면밀히 감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반도 평화 정착 및 우발적 충돌 방지를 위해 ‘9·19 군사합의’는 반드시 준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북한의 군사합의 파기 주장과 군 통신선 단절 등의 조치를 관망해오던 국방부가 별도 입장을 내고 군사합의 준수를 강조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남북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백소용·박병진·박현준 기자 swinia@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