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톡스 사태 쟁점은…재판서 허가서류 도용·부적합 생산 의혹 가려질듯 [일상톡톡 플러스]

공익제보자 허가서류 도용 의혹 제기에 메디톡스 ‘신뢰할 수 없다. 저의가 의심된다’고 언급한 채 자세한 해명에는 말 아껴 / 수사 결과 제보 내용 일부 사실로 드러나

 

국내 보툴리눔 톡신(보톡스) 제제 시장에서 1위를 달리는 기업인 메디톡스에 대한 공익제보가 작년 국민권익위원회에 접수, 대표 제품인 메디톡스의 허가·생산 과정 전반을 둘러싸고 파문이 일고 있다.

 

청주지검이 지난해 4월 정현호 대표를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 방해와 약사법 위반 혐의로, 메디톡스를 약사법 위반으로 각각 불구속 기소해 재판으로 넘기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품목허가 취소절차를 밟는데 있어 이 공익 제보는 발단이 됐다.

 

앞으로 재판과 품목허가 취소 여부를 둘러싸고 공익 제보의 신빙성과 이에 대한 메디톡스의 반박이 주요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앞서 작년 7월 코오롱생명과학의 골관절염 유전자 치료제 ‘인보사케이주’가 품목허가 취소 처분에 따라 국민 건강이 위협받았던 초유의 사태가 일어났던 만큼 이번에도 국민적인 관심이 큰 형국이다.

 

이에 이번 사태의 쟁점을 둘러싸고 공익 제보자와 메디톡스 간 의견이 갈리는 쟁점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공익 제보자 측 “품목허가 취소 누락 200단위 등 다른 제품도 철저한 조사 필요”

 

공익신고 대리인인 구영신 변호사는 최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메디톡스가 무허가 원액을 사용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메디톡신 제조기술의 실체가 없기 때문일 것”이라며 “제대로 된 연구·개발(R&D) 없이 타사의 자료를 도용하거나 시험 결과를 조작해 허가를 취득했기 때문에 제조과정에서 품질 문제가 발생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무허가 원액을 사용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메디톡스는 청문 과정 등을 통해 위법 행위가 2012∼15년 있었고, 현재로선 공중 위생상의 위해가 전혀 없다고 했으며, 허가 취소가 가혹한 처사라고 주장했다”며 “그러나 메디톡스는 지난해 식약처로부터 메디톡신의 품질불량 문제로 회수 폐기 조치를 받은 바 있으며, 그 제품은 2017년에 생산된 것으로 유통기한이 지난해까지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메디톡스의 불법행위가 상당기간 지속된 점을 고려하면 이번 허가 취소에서 벗어나 있는 메디톡신 200단위 제품 등에도 불법행위가 있었는지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디톡신은 2006년 식약처의 품묵 허가를 받은 국내 첫 보톡스 제제인데, 앞으로 형사 재판과 품목허가 취소를 둘러싸고 당시 식약처에 제출한 메디톡스의 서류에 조작 등 허위 사실이 있었는지 여부는 가장 큰 쟁점이 될 전망이다.

 

공익 제보자 중 한 명인 A씨도 앞서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디톡스가 세계 1위 보톡스 기업인 엘러간의 허가 자료를 그대로 베껴 식약처에 제출했다고 주장했다.

 

의약품의 제조 품목허가를 받기 위해선 의약품 규격과 품질에 대한 기준 및 시험방법 자료(이하 기시법)와 안전성, 유효성 자료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한다.

 

◆공익제보자 “메디톡스, 엘러간 허가자료 베껴 식약처 제출”

 

공익 제보자에 따르면 메디톡스 타사 자료를 그대로 베껴 기시법으로 제출했고, 시험 등 안전성·유효성 자료는 조작해 제출했다.

 

기시법은 제조된 의약품이 그 품질 기준에 적합한지 확인하는 용도로 사용되며, 과학적 근거로 설정한 항목별 시험법과 허용범위 등이 포함된다.

 

A씨는 “(품목허가 서류 제출) 당시 메디톡스에서는 기시법에 대해 명확하게 아는 직원이 거의 없었고, 어떤 자료에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막막한 상황이었다”며 “2001년 초 누군가 구해온 엘러간의 보톡스 기시법이 내 책상 위에 있었는데, 이를 베껴 완성한 뒤 7개월여 만에 식약처에 제출했다”고 털어놨다.

 

나아가 “보톡스 기시법을 그대로 옮기면서 현실에 맞게 실험쥐만 기존 스위스종에서 한국종으로 바꿨다”며 “베낀 것이 티가 날까봐 마지막 항목만 다른 보톡스인 디스포트 내용을 첨부했다”고 덧붙였다.

 

◆메디톡스 측 “제보 자체의 신빙성 없어. 진의도 의심”

 

A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메디톡스가 상대 동의 없이 자료를 편취한 것이라면 영업비밀 침해로도 비화될 수 있는 사안이다.

 

이에 맞서 메디톡스는 A씨에 대해 “경쟁사와 결탁한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며 “제보 자체의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문을 발표한 바 있다.

 

경쟁업체에서 일했던 전력이 있는 만큼 공익제보 전체를 믿을 수 없다는 게 메디톡스 측 입장인 셈이다. 아울러 A씨가 현재 보톡스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만큼 공익제보의 저의 자체가 의심스럽다고 반박했다.

 

다만 검찰과 식약처 조사 결과를 보면 무허가 원액의 사용, 원액 및 역가정보 조작을 통한 국가 출하 승인 취득 등 공익제보 내용이 일부 사실로 밝혀진 바 있다.

 

앞으로 재판과 품목허가 취소 과정에서 기시법 도용도 사실로 확인된다면 메디톡스는 사회적 망신은 물론, 기술자료를 도용 당한 경쟁사로부터 영업비밀 침해로 인한 손해배상 소송을 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 관계자는 “그간 검찰, 식약처 등을 통해 수차례 조사를 받았고 현재 관련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며 자세한 입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공익제보 자체에 신빙성이 없는 만큼 재판에서 시시비비가 가려질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메디톡스는 엘러간과 함께 지난해 1월30일(현지시간)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대웅제약이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는 이유로 제소했는데, 기시법 조작 여부는 이이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 시점엔 어떠한 공중위생상의 위해 없다”

 

한편 지난 4일 국내 1호 보톡스 제제인 메디톡스의 ‘메디톡신’ 허가 취소와 관련된 식약처의 2차 청문회가 열렸다.

 

메디톡스는 2차 청문회에서 7시간여에 걸쳐 품목 허가 취소가 가혹하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식약처에 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현재까지 검찰과 식약처가 확인한 주요 혐의를 보면 메디톡스는 무허가 원액을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는 한편 허가와 관련된 정보를 조작해 국가 출하 승인을 취득했다. 아울러 무균 기준에 부적합한 생산시설에서 제품을 생산해왔다.

 

이 같은 수사 결과를 토대로 청주지검은 약사법 위반 혐의로 메디톡스의 공장장을 구속 기소한 바 있다. 이에 식약처는 메디톡스의 약사법 위반 사항을 확인했고, 그에 대한 조치로 메디톡신의 잠정 판매중지 및 다른 보톡스 제제 이노톡스의 3개월 제조 업무 중지를 내렸었다.

 

이에 대해 메디톡스는 “문제가 되는 제품이 2012∼15년 생산된 제품이고, 해당 시점에 생산된 제품은 이미 오래 전에 소진돼 더 이상 존재하지 않아 현재 시점에서는 어떠한 공중위생상의 위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봐도 2006년 허가 당시부터 최근까지 무허가 원액으로 메디톡신 생산해 왔다는 의심이 드는 정황이 커지고 있으며, 작년에만 품질 불량으로 2차례 회수를 진행한 바 있다.

 

◆현재 유통되지 않는 제품이어도 약사법 위반행위 정당화될 순 없어…사건 본질 흐리는 변명이란 지적도

 

메디톡스는 메디톡신의 품질 문제와 관련해 과거 문제라고 선을 긋고 있다. 따라서 품목허가 결정 자체가 ‘가혹하다’고 호소한다.

 

결국 품목 허가를 둘러싼 가장 큰 쟁점은 메디톡스 주장처럼 과거의 품질문제를 들어 현 생산품까지 판매를 막아설 수 있느냐에 집중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이들 전문가는 메디톡신 주성분이 맹독 물질인 보툴리눔 독소인만큼 다른 의약품보다 용법과 용량에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또 역가 등 품질규격이 허가된 범위를 벗어났다면 정해진 용량과 용법을 준수할 수 없게 되고,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진다고 한결같이 지적했다.

 

메디톡스도 제품 설명서에서 메디톡신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으로 근력 쇠약과 목쉼, 언어 장애, 호흡 및 삼킴 곤란 등을 기재하고 있다.

 

이 중 호흡 및 삼킴 곤란 증상은 실제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메디톡신은 주사제다. 인체에 직접 투여되는 주사제는 철저한 무균 상태에서 생산돼야 한다.

 

메디톡스는 허가 초기부터 무균 작업장의 심각한 오염 상태를 알았음에도 최근까지도 이를 개선하지 않은 채 그대로 생산을 강행했다는 게 공익 제보자의 주장인 만큼 식약처는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주목된다.

 

우리 몸에 직접 투여되는 주사제에 균이나 각종 불순물이 혼입될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 결과 각종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으며, 면역 상태에 따라 쇼크사 등 치명적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있다.

 

김현주 기자 hj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