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종차별’ 시위 확산…英·佛·러 정상 대책 부심

존슨 “범정부위원회 구성할 것” / 마크롱 “차별과 싸움 타협 안돼” / 푸틴 “美시위사태 민주 당리 탓”

미국에서 시작한 인종차별 항의 시위가 전 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유럽 각국도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4일(현지시간) 일간 텔레그래프에 기고한 글에서 “나라를 걱정하는 어떤 사람도 지난 며칠간 대부분 평화로웠던 반인종차별 시위에 참여한 수천명을 무시할 수 없다”며 인종적 차별·불균형 문제를 다룰 범정부 위원회를 구성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위원회가 형사·사법제도뿐 아니라 교육, 고용, 건강, 학문과 모든 일상의 불평등한 측면을 조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이날 대국민 담화에서 “인종차별, 반유대주의 등 모든 차별과의 싸움에서 절대 타협하지 않을 것”이라며 “평등을 위한 새로운 결정이 취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두 사람은 다만 동상 철거·훼손 등 인종차별·식민주의 흔적 지우기 시도에는 반대했다. 존슨 총리는 “인종주의에 맞서 싸우되 우리 유산은 평화롭게 놔둬야 한다”면서 특히 윈스턴 처칠 전 총리의 동상이 공격 대상이 된 것을 “터무니없고 개탄스럽다”고 비판했다. 그는 “처칠은 인종주의적 폭압에 홀로 항거했고, 그의 저항이 없었다면 영국과 유럽이 인종주의에 휩싸였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크롱 대통령 역시 “어떤 동상도 철거하지 않겠다”며 “우리의 역사와 기억을 함께 보존해 명확히 살펴보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국영TV방송 인터뷰에서 “러시아는 항상 평등권을 향한 흑인 공동체의 투쟁을 지지해왔다”면서도 최근 미국 시위 사태가 민주당의 당파적 정치 공세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놨다. 그는 “미국에서 일어나는 일은 어떤 깊은 내부 위기의 발현”이라며 “미국 정치체제의 가장 큰 문제는 정당들이 자신들 이익을 전체 사회·국민 이익 위에 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태영·정지혜 기자 anarchy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