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 위해 콜… 대리기사, 7년 새 두 배 늘었다 [심층기획 - 대리운전 기사의 세계]

2020 대리운전 실태 / 전국 3058곳 영업… 등록기사 16만명 / 71%가 40∼50대… 60대 이상도 11% / 밤새 뛰어다녀도 한달 벌이 200만원선 / 술문화 변화로 새벽 3∼4시대 콜 감소 프로그램 사용료·보험료만 月 15만원 “부당 비용 징수 행위 근절해야” 지적

“음주운전 등 심야교통질서위반사범에 대한 경찰의 단속이 강화되자 서울에는 벌써 술 취한 오너드라이버들을 위한 대리운전회사가 몇몇 등장해 하루 30건씩 실적을 올리는 등 영업을 꾸려나가고 있다.”

 

‘통금해제 한 달, 새 풍속도’란 옛날 신문 기사(1982년 2월 11일)에서 포착된 ‘대리운전’의 등장 풍경이다. 대리운전은 유독 우리나라에서 발전한 서비스 산업이다. 나이 지긋한 주당(酒黨) 회고에 따르면 그 전에도 일부 호텔·고급룸살롱에선 자체 운전사를 확보해 고객에게 대리운전 서비스를 제공했다고 한다. 또 택시기사가 즉석에서 대리운전 제안을 받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역시 분단국가만의 특수한 역사였던 ‘통행금지’ 해제(1982년 1월 5일) 및 경찰의 음주측정기 도입·단속(1981년)이 대리운전 산업 성장의 기폭제 역할을 했다는 게 정설이다. 때마침 불어닥친 마이카 열풍과 함께 국민은 야간 통행의 자유를 만끽했고 대리운전 산업이 여기에 편승한 셈이다.

 

국내 대리운전업체는 몇 개나 될까. 아직 허가·신고가 필요없는 자유업이어서 공식 통계는 없다. 다만 한국교통안전공단이 국토교통부 의뢰로 실시한 ‘2020 대리운전실태조사’에선 전국 대리운전 전화번호를 분석해 이를 파악했는데 올 2월 기준 3058개가 영업 중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같은 방식으로 추정한 2013년 3851개에 비하면 753개, 20.6%가 감소한 규모다. 업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소규모 업체가 시장에서 퇴출된 것으로 풀이된다.

대리운전 1회 평균 이용요금은 기본 요금 1만2000원으로 가정할 경우 하루 약 106억원이다. 산업 전체 매출은 1개월에 약 2300억원, 1년에 약 2조7672억원일 것으로 추산된다.

 

대리운전자 수 역시 공식 통계가 존재하지 않는 데다 ‘콜’을 많이 받기 위해 한 기사가 여러 업체에 중복 등록된 경우가 많아 파악이 쉽지 않다. 2016년 5월 등장한 카카오T 대리운전 가입자 및 전국 업체별 평균 운전자 수 등을 토대로 추정하면 올 2월 기준 16만3000∼16만5000명 수준으로 추산된다. 2013년 8만7000명에 비해 곱절 가까이(7만6000∼7만8000여명) 늘어난 규모다. 교통안전공단 박성희 선임연구원은 “대리운전 진입장벽을 낮춘 카카오T 대리운전 서비스가 시작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팍팍한 살림살이 탓에 밤거리를 누비며 살아야 하는 대리운전을 생업 또는 부업으로 택한 이가 그만큼 많아졌다는 얘기다.

대리운전자 7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선 보다 구체적인 대리운전기사 삶의 윤곽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대리운전자는 하루 평균 5.4회 운행하며 한 달 평균 21.7일 근무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업으로 하는 경우는 52.4%, 부업은 47.6%였다. 여성 비율은 3.1%였으며 연령은 20대 1.9%, 30대 16.3%, 40대 35.1%, 50대 35.9%, 60대 이상도 10.9%에 달했다. 대리운전에 나선 햇수는 3개월 미만도 3.1%나 됐다. 3개월∼1년 미만은 15.1%였으며 1∼3년 미만 24.9%, 3∼5년 미만 17.7%, 5∼10년 미만 22.1%, 10년 이상 17.0%였다. 이들의 월 수입은 100만원 미만이 18.9%, 100만∼200만원 48.9%, 200만∼300만원 24.3%, 300만∼400만원 6.1%, 400만원 이상이 1.9%였다.

 

콜 잡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리운전 기사들은 평균 2.3개 업체에 소속돼 활동 중이며 대체로 3∼4개 정도의 대리운전 콜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운행한다. 하루 평균 대리운전 횟수는 5회가 23.4%, 3회 이하가 22.9%, 4회가 16.3%를 차지했다. 평균 5.4회 정도 운행하는 셈인데 총 운행시간은 6시간 15.7%, 8시간 15.1%이며 평균 7.4시간 정도 일하는 걸로 조사됐다.

하루의 대리운전 시작 시간은 저녁 8시쯤이 30%로 가장 많았다. 마감시간은 0시에서 오전 1시가 27%, 오전 2시대가 23.1%, 오전 3시대가 12.3%, 오전 4시대가 10%를 차지했다. 3시대 19.7%, 4시대 19.7%였던 2013년 조사와 비교하면 새벽 3∼4시대 대리운행 마감이 감소하고 오후 7∼11시대 운행이 증가했는데 이는 한국 사회 술자리 문화가 변화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수수료는 얼마나 뗄까. 통상 대리운전 요금의 20%를 수수료로 부과하는 경우가 73.7%로 가장 많았다. 대리기사들은 알선 수수료는 물론 매달 평균 3만8000원인 프로그램 사용료와 11만8000원인 보험료 등을 부담하는 실정이다. 박성희 선임연구원은 “업체 중복등록 때문에 프로그램 사용료나 보험료도 중복 부담하는 실정”이라며 표준계약서 작성 등을 통한 부당 비용 징수행위 근절 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성준 기자 alex@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