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패션·푸드·화장품의 시대 [더 나은 세계, SDGs]

 

국제적인 환경 기준인 GRP(Guidelines for Reducing Plastic waste)가 지난달 28일 발표된 데 힘입어 국내외 주요 기업의 친환경 지속가능경영에 속도가 붙는 추세다. 실제 GRP 발표 후 한주 간격으로 이어진 ‘세계 환경의 날’인 지난 5일에는 전 세계 수많은 기업이 지구 보호를 위한 실천방법을 공개하는 한편 국제적인 노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GRP는 기후변화 대응과 플라스틱 저감을 위해 제정된 인증제도로, 유엔이 우수 사례(Best Practices in Mainstreaming SDGs)로 선정하고, 관련 내용을 직접 공개해 글로벌 기업의 큰 관심을 받은 바 있다.

 

유엔이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의 대중화 Mainstreaming)를 이끌 것으로 꼽은 GRP는 6개 산업군(석유화학 및 반도체 통신 자연소재, 패션 및 의류, 유통 및 물류, 식품 및 음료, 화장품, 프랜차이즈 식품 및 관광시설)을 대상으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데, 특히 ‘소비자를 위한 기준’이 포함돼 고객과 직접 소통하며 환경 공감대를 넓혀나가야 하는 기업에 가장 유용한 환경 인증제도로 주목받았다.

 

이런 이유로 푸드와 패션, 화장품 기업들의 관심이 매우 뜨겁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소비자들이 제품의 환경성과 지속가능성을 구매 선택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를 충족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도 더욱 확산하는 추세다. 

 

푸드의 친환경 대표주자는 현대그린푸드다. 이번 GRP 인증에서 최우수 등급인 ‘AAA’로 평가받아 이를 입증했다. 실제로 식재료의 선택부터 고객에게 배송되는 포장 재질까지 하나하나 소비자와 지구 건강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챙기고 있다. 최근 ‘저탄소 인증’ 양파만 사들여 단체급식에 쓰기로 했는데, 연간 예상 매입량은 국내 생산량의 90%인 3000여t으로 알려졌다. 양파 외에도 저탄소 인증을 받은 농산물 매입 규모를 지난해 20억원보다 2.5배 확대한 50억원으로 늘릴 계획이다. 대표 브랜드 그리팅 역시 저탄소 식단을 대표하는 푸드로 국내외의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해마다 두자리 수 가까이 성장하는 도시락 시장의 지속가능성 강자는 한솥 도시락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미국의 뉴욕 유엔 본부에서 UN SDGs 협회가 발표한 ‘지속가능한 글로벌 브랜드 40’에 이름을 올려 기염을 토한 바 있다. 도시락 용기부터 일반 제품 대비 플라스틱 사용량이 40%에 불과한 PSP(발포폴리스타이렌수지·일명 스티로폼) 소재로 했고, 일회용 숟가락도 30% 이상 줄인 제품을 개발하는 등 도시락업계의 대표적인 환경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패션 기업 중에서는 한섬과 블랙야크가 대표적인 친환경 주자다. 

 

먼저 한섬은 재활용 양모(Recycled Wool)와 비스코스(Viscose), 천연 면(Organic Cotton) 등 친환경 소재를 적극 활용한 덕분에 ‘패션업=폴리에스테르(석유 소재 원단)’라는 공식을 깨어나가고 있다. 전 세계 패션업계에서 의류 소재의 60%를 폴리에스테르가 차지하고 있는 점으로 미뤄 한섬의 도전은 신선함을 넘어 하나의 커다란 혁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실제로 비스코스는 나무 섬유소를 가성 알칼리와 이황화탄소로 처리해 만들어낸 누르스름하고 끈끈한 액체로 인조견사의 원료다. 

 

블랙야크는 ‘2019 SDGBI(UN지속가능개발목표경영지수)‘ 발표 당시 국내 최상위 기업에 선정됐다. 1위 및 최우수 그룹 중 패션 기업으로는 블랙야크가 유일했다. SDGs에 대한 기여 의지와 대중적 확산, 건강한 소비문화 조성을 위한 노력, RDS(Responsible Down Standard·윤리적 다운 기준) 인증 및 리사이클 다운 도입 등을 통한 동물 복지 준수, 생태계 보존을 위한 제품 개발 및 사회공헌 활동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실제로 살아있는 오리나 거위를 상대로 솜털이나 깃털을 뜯어내지 않고 버려진 침구류 등에서 채취한 우모(羽毛)를 재가공한 리사이클 다운을 도입정책과 ‘지속 가능한 삶’을 위한 토털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 나우의 출시는 업계에서 신선한 변화로 받아들여졌다. 

 

화장품 업계의 지속가능성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다. 지난 12일 제조자개발생산(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 기업인 코스메카코리아는 100% 식품용 성분을 사용한 푸드 그레이드 화장품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식품 원료로 등록된 성분으로만 구성된 이 화장품은 사람이 먹어도 해가 되지 않는 수준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자랑하는 만큼 환경성과 웰빙(참살이) 두 가지 콘셉트를 모두 잡아냈다는 평가를 듣는다. 

 

아모레퍼시픽과 톤28 등 국내의 친환경 화장품 개발 기업뿐만 아니라 가장 대표적인 판매 플랫폼인 CJ올리브영 역시 국내 1위 헬스앤뷰티(H&B) 스토어답게 올해 GRP에서 우수 등급인 ‘AA’를 획득했다. 2015년부터 종이 대신 ‘스마트 영수증’을 도입해 지난 3월까지 누적 발행 1억건을 돌파했으며, 구매 고객의 60%가 이용하는 대표적인 환경 서비스로 키웠다. 이 서비스를 통해 그만큼 종이 영수증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으며, 업계 최초로 도입한 화장품 즉시 배송 서비스인 ‘오늘드림’의 포장재도 기존 PVC 소재에서 재활용할 수 있는 크라프트지로 교체했다. 이는 표백되지 아니한 크라프트 펄프로 만든 갈색 종이다.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전 세계 기업·소비문화를 A부터 Z까지 바꾸는 그야말로 소비 트렌드의 대변화가 생기고 있다. 특히 고객과 밀접하게 만나는 푸드와 패션, 화장품업계는 이러한 변화에 매우 민감하다. 

 

기존 ‘노멀’이 새로운 환경으로 바뀌는 ‘뉴노멀’ 시대로 접어들어 그린 패션과 그린 푸드, 그린 화장품의 시대도 생각보다 빨리 도래했다. 이제는 환경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지 않는 기업은 그 어떤 산업군에서도 생존을 담보하기 어렵게 됐다. 소비자의 선택뿐 아니라 지구의 모든 환경도 이제는 지속가능한 기업을 원하기 때문이다. 

 

김정훈 UN SDGs 협회 사무대표 unsdgs@gmail.com

 

*UN SDGs 협회는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특별협의지위 기구입니다.